용산구청, 압사 신고 인지시점 허위보고 의혹···구청 “당직자 기억 못해”
용산구청이 이태원 참사 당일인 10월29일 오후 10시29분 압사 신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국회에 ‘오후 10시53분 처음 인지했다’고 허위보고했다는 의혹이 29일 제기됐다. 사고발생 시점으로 추정되는 오후 10시15분으로부터 14분 뒤인 오후 10시29분 서울종합방제센터가 용산구청에 압사 신고 사실을 알리자 구청이 “이태원 해밀톤”이라고 장소를 직접 언급하며 “맞다”고 했다는 것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오후 10시51분 상인에게 문자를 받고 참사를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사 당시 용산구청 당직사령을 향해 “서울종합방재센터 녹취록을 보면 참사 당일 오후 10시29분에 서울소방에서 (용산)구청 상황실로 ‘핼러윈 축제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압사사고 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있다’고 얘기했더니 너무 충격적이게도 (용산)구청 당직자가 ‘네, 맞아요. 이태원 해밀톤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답했다”며 “오후 10시29분에 서울소방이 용산구청 당직실에 연락했을 때 이미 이태원역 앞의 해밀톤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국정조사 이후에 용산구가 국회에 제출한 시간대별 대응일지에는 최초 사고 상황 접수를 오후 10시51분이라고 해놨고 오늘도 국회에 보고한 문서에는 오후 10시53분에 당직실이 최초 접수했다고 돼있다”며 “용산구청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서 오후 10시29분도 아니고 오후 10시53분으로 참사 인지시점을 24분이나 늦춰서 보고하고 위원들, 유가족들을 다 속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화를 했다는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용 의원이 ‘참사 직후 오후 10시29분에 용산구청 상황실에 핼러윈 축제 때문에 인파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압사당하겠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참사 발생과 위험성을 분명히 유선으로 전달했나’라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이에 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사령은 “당직실에서 최초 인지한 것은 오후 10시53분”이라며 “저는 그 시간에 소방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통화한 사실이 없고 다른 당직자분께서도 그 내용에 대해 전달받은 바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말 죄송하다. 그런데 당시에 저는 정말 통화한 적이 없었고 저희 직원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직자가 구체적인 장소까지 지정해서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는데 그걸 기억 못한다는 얘기를 우리가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며 “제대로 조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벌이 두려워서 지금 거짓말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권윤구 용산구청 행정지원국장은 “녹취록에 의한다면 그게 사실이지만 당시에 당직자가 과연 진짜 그렇게 인식을 했을까 싶다”고 말하자 우 의원은 “무슨 말이 안 되는 답변을 하고 있나. 용산구는 보니까 진짜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 10월29일 오후 6시34분 “좁은 골목인데 사람들이 엉켜서 잘못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며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를 우려하는 112신고가 총 11건이 쌓였지만 제대로 된 현장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시점으로 추정되는 오후 10시15분 “압사당하게 생겼다”는 내용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오후 10시17분 용산소방서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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