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됐던 서울 아파트들, 3년전 가격 되니 낙찰...여기가 집값 바닥?
최근 대출 금리 급등 여파로 주택 수요가 끊기며 경매 시장에서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들도 줄줄이 유찰되고 있지만 일부 매물은 새로운 주인을 찾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런 물건은 대부분 최초 입찰 시작 가격에 비해 30~40% 정도 떨어진 금액에 낙찰되고 있다. 2019년 하반기의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금리가 워낙 높기 때문에 이 같은 경매 시장의 분위기가 전반적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9일 법원경매 정보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6일 경매를 진행한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면적 101㎡ 입찰에는 19명이 참여했다. 이 매물의 최초 감정평가액은 26억2000만원이었는데 두 차례 유찰되면서 16억768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초 가격 대비 40% 가까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낙찰자는 최저 입찰가보다 약 2억원 높은 18억6892만원을 써서 당첨됐다. 최초 감정가보다 약 7억5000만원 저렴하다. 이 가격은 2019년 8월 실거래가(16억8000만원)와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같은 면적 매물의 최저 호가는 23억원 수준이다.
같은 날 진행된 마포구 성산시영 47㎡ 경매도 13명이 참여해 경쟁했다. 마찬가지로 최초 감정가 10억4000만원에 나왔다가 3회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격이 5억3248만원까지 떨어졌고, 6억3699만원에 낙찰됐다. 15일 진행된 강남구 청담자이 49㎡도 3명이 경쟁해 최초 감정가 21억원보다 2억2000만원 내린 18억7999만원에 낙찰됐다.
아파트 경매는 대체로 시세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주택 시장 선행지표로 통한다. 서울의 경우 경매에서 한 차례 유찰될 때마다 20%씩 감정가가 내려간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2회 이상 유찰되면서 가격적으로 매력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일부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내 다른 지역의 아파트 매물들도 몇 번 유찰되면 응찰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매 시장의 이런 움직임을 침체된 주택 시장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금리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현금 부자가 아니고서는 집값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섣불리 움직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금리가 안정되기 전까진 주택 거래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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