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못 가 민망하네…’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 국가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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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간다.'
530여년 전 함경도 변방에서 근무하는 하급 장교가 충청도 고향 집에 있는 부인에게 보낸 편지 속 애틋한 구절이다.
한글 편지는 함경도에서 말단 군관으로 일하던 나신걸이 충청도 회덕 고향 집에 있는 부인 신창 맹씨에게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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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하급무관이 충청도 고향집 부인에게 훈민정음>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간다.’
530여년 전 함경도 변방에서 근무하는 하급 장교가 충청도 고향 집에 있는 부인에게 보낸 편지 속 애틋한 구절이다. 15세기 조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할 당시 실상을 전해주는 국내 최고의 한글 서간이기도 한 이 편지가 나라가 지정하는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1490년대 군관 나신걸(1461~1524)이 쓴 한글 편지와 조선시대 중후기의 불교미술 명작들로 꼽히는 경남 창녕 관룡사의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서울 청룡사의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9일 발표했다.
한글 편지는 함경도에서 말단 군관으로 일하던 나신걸이 충청도 회덕 고향 집에 있는 부인 신창 맹씨에게 보낸 것이다. 2011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나신걸의 무덤을 이장할 당시 함께 묻힌 부인 맹씨의 목관 속 피장자의 머리맡 부분에서 여러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두장의 종이에 빼곡한 한글 문장으로 보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고 농사일 등 가정사에 대한 당부와 무관 복식인 철릭을 보내달라는 부탁 등을 담고 있다. 편지 뒷장에는 ‘회덕 온양댁’이란 수신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용 중 1470~1498년 쓰인 함경도 옛 지명인 ‘영안도’가 보여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했던 1490년대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40여년 만에 변방 지역 하급 무관에게까지 널리 한글이 보급되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호칭, 높임말 등 당대 일상언어 양상과 가정생활의 실태 등을 알려주는 소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경남 창녕 관룡사의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서울 청룡사의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는 17세기 불상 조각의 명인이었던 승려 응혜와 19세기 초 민관을 비롯한 명장 화승 5명이 각각 제작한 작품들로, 당대 불교미술의 흐름과 특징을 대표하는 수작들로 꼽힌다.
문화재청은 세건의 문화유산에 대해 예고 기간인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듣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을 확정하게 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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