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2022 l 뒷목 잡게 한 안방극장 '분노의 모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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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드라마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보는 것이 맞다.
물론 다양한 감정을 남기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작품들도 있지만 보는 사람들도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얼굴을 부여잡게 만드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래서 2022년 연말을 맞이해 지극히 주관적으로 선정한 '2022년 한국 드라마 분노의 장면' 4개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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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자고로 드라마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보는 것이 맞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의 감정을 12회 또는 16회의 분량 속에 녹여 넣은 다음 '빵!'하고 끝을 내면서 일종의 희열 또는 정화의 느낌을 주는 것이다. 드라마가 1회부터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사건을 등장시키며 그 안의 관계를 꼬고 또 꼬는 이유는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이 시원하게 풀려나가는, 또는 풀려나가지 않더라도 뭔가 의미를 남기고 열린 줄거리를 남기는, 그런 결말을 원하기 때문이다.
2022년도 역시 수십여 편의 드라마가 방송되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물론 다양한 감정을 남기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작품들도 있지만 보는 사람들도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얼굴을 부여잡게 만드는 작품들도 있었다. 좋은 기억만 남기면 좋겠지만, 그게 인생의 묘미인가. 가끔씩 우리는 황당한 드라마의 전개를 보며 그렇게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래서 2022년 연말을 맞이해 지극히 주관적으로 선정한 '2022년 한국 드라마 분노의 장면' 4개를 꼽았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선정이지만 아마 내용을 살펴보면 '그랬었지' 하면서 분노의 감정을 되돌릴 수 있을 듯도 하다. 새해에는 정말,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되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액땜을 한다는 심정으로 이들이 남긴 기억을 상기하고 바로 떨쳐보도록 하자.
# '스물다섯 스물하나', '9·11'이 거기서 왜 나와
2월 시작해 4월 막을 내린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당시 유행했던 '레트로' 코드를 적극적으로 청춘물에 섞은 작품이었다. 김태리의 나희도 캐릭터는 아직도 김태리 자신을 상징하는 듯 몸에 착 붙은 듯한 느낌을 줬다. 상대역인 백이진의 남주혁, 친구였던 고유림의 보나, '인싸'였던 문지웅의 최현욱 등의 연기가 남아있다.
극중 펜싱선수였던 나희도는 시련과 우정, 사랑의 골짜기를 넘어 마침내 백이진과의 사랑을 이뤄냈다. 하지만 백이진이 미국으로 일을 하러가고 거기서 갑자기 9·11 테러사건이 터지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급격한 변곡점을 맞았다. 왜 백이진이 기자로서 미국에서의 힘든 취재에 몰입하는지, 왜 나희도는 마냥 기다려야 하는지. 무엇보다 굴다리 앞 이별장면에서 두 사람은 서툰 감정들을 드러내야 했는지 이해하는 시청자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각에는 '헤어짐으로 결말을 맞춰놓고 보니 너무 호흡이 좋아서 결말이 작위적이 됐다'는 설이 지배적으로 일었다. 어쨌든 이별이었고,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황망했다. 성장하는 청춘으로 자신들 나이에 대한 적당한 성찰도 있었던 나희도와 어른스러운 백이진의 이별치고는 너무도 철이 들지 못한 결말이었다.
# '이브', 방구석 탱고가 준 웃참의 시련
6월 방송을 시작한 tvN '이브'는 한을 품은 한 여자가 주는 복수의 서늘함을 표방한 작품이었다. 연기력에서는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지만 '가스라이팅' 논란 등 각종 구설을 등에 업고 있던 배우 서예지의 복귀작으로도 유명했다. 서예지는 작심한 듯 이라엘 캐릭터를 갖고 1회부터 강윤겸 역 박병은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높은 수위의 러브신과 과한 감정들을 발산했다.
문제는 6월16일에 등장한 7회였다. 부인인 한소라(유선)를 제쳐놓고 윤겸을 유혹하는데 성공한 라엘은 자신의 집에서 뜬금없이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 윤겸의 옆에서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탱고에만큼은 진심이었다. "여기서 탱고를 추면 뭔지 알아요? 바로 방구석 탱고에요"라는 친절한 대사까지 남긴 라엘은 이선희의 '인연' 반주에 맞춰 탱고를 췄다.
제작진의 의도는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심각한 분위기에 그렇지 못한 춤사위는 시청자들을 단체로 '웃참(웃음 참기) 챌린지'에 던져 넣었다. '이브'의 정서가 전반적으로 그랬다. 과하고 격렬하지만 선을 잘 지키지 못했고, 따라서 시청자들의 감정과는 동떨어지기 일쑤였다. "차라리 트월킹을 추라"는 평가가 빈 말이 아니다.
# '빅마우스', 지금까지 뭐 한 건데요
MBC '빅마우스'는 한 편의 세련된 고발극이자, 추적극이었고 끝까지 '빅마우스'가 누군지 알리지 않은 추리물이었다. 이종석과 임윤아 그리고 김주헌 등이 연기한 인물들은 막판까지 긴장감을 줬다.
설정이 좋고, 인물들의 연기가 좋다고 해서 드라마가 막판까지 좋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빅마우스'는 보여줬다. 특히 막바지의 설정이 문제가 됐다. 각종 악행을 저지르고 극 중의 구천시장이 되는 최도하(김주헌)는 원래 변호사인 박창호(이종석)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등 먼저 접근을 해왔다. 박창호는 사건의 실체를 추적할수록 최도하가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로 과녁을 좁힌다.
결정적인 계기는 NK화학의 실체를 파헤치다 아내인 고미호(임윤아)가 방사능 피해자로 림프종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는 것이었다. 아내의 죽음에 박창호는 분노했고 최도하까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되자 법적인 복수를 중단하고 사적인 복수로 나아간다.
이는 지금까지 박창호가 추구했던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그렇게 힘든 길을 겪게 된 것은 정의의 구현을 위해서였는데 결국 복수는 최도하가 즐기는 프리다이빙을 하는 물에 독성물질을 풀어놓는 결말이었다. 최도하 역 김주헌은 비장하게 사망했지만 시청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 '재벌집 막내아들', '파리의 연인'의 재림
마지막 주인공은 안타깝게도 한 해에 손에 꼽을만한 흥행을 했던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였다. 회귀물이라는 최신 트렌드, 이성민을 중심으로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 그리고 기업물 특유의 물고물리는 이전투구가 어우러져 드라마는 연말 안방을 뜨겁게 달궜다.
기본적으로 줄거리는 순양그룹이라는 대기업에서 온갖 '설거지'에 매진하던 윤현우(송중기)가 어느 날 회사가 보낸 것 같은 자객에게 비정하게 총을 맞고 갑자기 30년에 가까운 과거로 돌아가 순양가의 막내손자 진도준이 된다는 설정이다. 진도준에게 두 번째 생은 게임과 같아 미래를 알고 있는 전지전능한 인물이 체스판을 내려다보듯 절묘한 운용으로 복수를 행한다.
하지만 15회 막판에 진도준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16회 마지막회에 깨어난 순간 시청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원래 죽은 줄 알았던 윤현우의 몸으로 다시 깨어났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총을 맞고 물속으로 떨어져도 살아남는 '아이언 맨'급의 생명력이 놀라움을 줬고, 전개에서 진도준 때의 기억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어 놀라움을 줬다. 그렇다면 2회부터 15회, 인생 2회차의 쓰임새는 무엇이었을까. '이 모든 게 꿈이었다'는 '파리의 연인' 그 악몽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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