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긴축'…금리 인상 어디까지?
시장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주식과 채권, 환율, 부동산 등 시장이 불안 장세를 이어가고, 실물 경제 둔화로 기업 이익이 줄면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이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 지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9차례 인상해 연 3.25%까지 끌어올렸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을 3.5% 정도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한 차례 금리를 0.25% 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릴 여지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는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11월 금통위 당시 다수의 금통위원이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으로 3.5%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과 소통을 위한 것이었지 정책 약속은 아니었다.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수는 미국의 정책 금리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상 내년 금리 중간값이 12월 연 5.1%로 지난 9월(4.6%)보다 0.5%p 높아졌다.
현재 한국(3.25%)과 미국(4.25∼4.5%)의 기준금리 격차는 1∼1.25%p로 2000년 10월 1.5%p 이후 역전 폭이 가장 크다. 그런데 미국 정책 금리가 올라가 내년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 예기된다. 결국 한은의 최종금리 수준도 3.5%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이후 환율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지난 9월 28일 종가 기준 1439.9원을 기록하기도 한 만큼 금리 역전 폭이 커질 경우 외환시장 불안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금리 인상 여파로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주식 등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위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2024년 기업 이익 개선 전망을 미리 반영해 내년에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다수 국내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 저점을 2000∼2200으로, 고점을 2450∼2800으로 각각 잡았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750으로, JP모건은 2800으로 각각 제시했다.
부동산시장은 내년에 더 본격적인 약세장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주택자 세제 완화 등 규제가 풀리고 급매가 나오면 낙폭이 제한돼 시장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 확대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고 대출금리가 같은 폭으로 오르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0.25∼0.5%p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간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사들인 '영끌족', '빚투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상된 기준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되면 기업들도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신용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건설과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신용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라면서, "올해 진행된 고강도 긴축이 내년에 본격적인 성장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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