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미동맹 강해야 한중 우호 길 열린다

2022. 12. 29. 11: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두 토끼 쫓던 안미경중 불가능

尹정부 한미일 협력 적극 추구

친미 쏠림 막는 게 시진핑 전략

中에 굴종적이면 존중 못 받아

중국 경제의 쇠락 조짐도 변수

한미동맹이 미·중 통로役 가능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았던 올해 빈번하게 논의된 주제는,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국익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느냐였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됐던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소통하면서 안보와 경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확보하는 ‘안미경중’ 전략을 구사했다. 그 덕분에 지난 20년 동안 평화롭게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특히, 이러한 구조가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미동맹을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전략이 작동되고 있었다. 6·25전쟁 직후 체결된 한미동맹은 그 뒤로 70여 년 동안 북한의 안보적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줬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국제사회의 핵심적 일원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발판으로 작용했다. 또한, 중국과의 동반자 관계는 한국 경제발전의 확실한 교두보로서 역할과 함께 때로는 북한으로부터의 도발을 외교적으로 막아주는 순기능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미국의 대중(對中) 디커플링이 구체화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더는 안미경중에 따른 국익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 신냉전이라고 지칭될 정도로 미·중 관계가 험악해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한국을 자기 권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나름의 유인전략을 구사하기도 하고, 한국을 상대방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교·경제적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중의 경쟁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윤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으면서 중간선을 추구했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3국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은 윤 정부의 전략적 명확성을 환영하는 것 같지 않다. 중국은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해 경계와 우려를 표하며, 한국이 미국 쪽으로 더 편향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원하는 한국은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중국 편향성을 보이는 국가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한미동맹을 비판하고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중국은 미국에 영향력이 없는 한국을 선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이 원하는 한국의 모습은 강력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끈끈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다.

그런 점에서 윤 정부는 전략적 명확성에 맞는 새로운 대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한미동맹을 약화해야 한·중 관계를 발전시킬 공간이 마련된다고 인식해 왔다. 노무현·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면서 한·중 관계 발전을 도모해 왔고, 그 시절에는 비교적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한·중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즉, 한미동맹이 강화될수록 한·중 관계가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경험했듯이, 중국에 굴종적인 국가는 절대로 중국의 존중을 받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했다는 이유로 5년 내내 중국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한미동맹 강화가 한·중 우호 관계에 부담 요인임을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중국이 부상하는 강대국으로서 주변국들에 자국의 파워를 과시하곤 했다는 점에서 보면 이 견해는 일견 옳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끌어가는 현재의 중국은 쇠락하는 국가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특히, 뒤늦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포기와 이에 따라 대규모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은 중국의 쇠락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의 경제·기술·이념적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주변국과의 우호 관계가 필수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는 우호적인 한·중 관계를 유지하되, 한미동맹에 우선순위를 두는 외교정책을 펼쳐야 한다.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대폭 축소된 중국의 처지에서는 한국을 통한 미국과의 접촉이 매우 중요한 외교적 통로이기 때문이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