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1100만 서민 울리는 52시간 특례 일몰

2022. 12. 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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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코앞에 두고 근로자 30인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8시간 연장근로를 인정하는 영세 중소기업 특례가 국회의 연장 의결이 없으면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도 문제다.

연장근무 수당이 끊어지며 야간에 부업을 병행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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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명예교수

연말을 코앞에 두고 근로자 30인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8시간 연장근로를 인정하는 영세 중소기업 특례가 국회의 연장 의결이 없으면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정부·여당은 연장에 목을 매지만, 야당은 노란봉투법과 안전운임을 끼워 넣겠다며 다수당의 위력을 과시한다. 근로자 숫자만 600만이 넘는 영세 중소기업의 존립이 풍전등화다. 가족을 합치면 1100만 명 넘는 국민의 생계가 걸린 중대사다.

과도한 근로시간은 국민의 행복과 건강에도 유해하므로 단축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기업 규모별로 수용 능력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게 순서다. 기업 규모나 영업 환경을 고려하면 당장 수용하기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특례는 필수다. 호경기에는 연장근무에 대해 50% 수준의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면서 생산량을 맞췄던 게 과거 관행이다. 불황으로 판매가 급감하는데 생산 수준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면 재고가 쌓이게 마련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재고를 계속 쌓지만, 대부분 기업은 조업단축으로 생산량을 줄인다. 정규직 근로자는 일감이 없어 놀리더라도 일시적 해고나 급여 삭감이 거의 불가능한 건 노동법 규제 탓이다.

대기업은 일부 인력을 교육훈련으로 돌리고 자금 부담이 되더라도 최저 수준의 생산을 지속하지만, 영세 중소기업은 재고를 쌓을 자금도 없고 인원이 적어 교육훈련 프로그램 운영도 어렵다. 중소기업이 최소 인원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면 대기업은 쌓아 놓은 재고를 활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갑자기 늘어나는 대기업의 납품 요구에 맞추려면 기존 근로자의 초과근무 외에는 대안이 없다. 주 52시간을 강제하고 연장근무를 형사처벌하면 중소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도 문제다. 연장근무 수당이 끊어지며 야간에 부업을 병행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많다. 자기 직장에서의 1∼2시간 연장근무에 비해 이동에만 몇 시간씩 걸리는 부업은 피로도가 훨씬 높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놓고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노총이 야당을 압박하는 상황은 난장판이다. 최소한의 생계비 벌기도 어려운 중소기업 근로자의 8시간 추가 근무를 배부른 대기업 노조가 앞장서서 반대하는 건 노동운동이 아닌 노동정치다. 대기업과 큰 격차를 보이는 중소기업 급여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추가근무 특례는 필요하다. 추가근무 수당은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해 세금 부담 없이 전액 수령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퇴직급여에도 가산해야 한다.

야당이 국회에서 일괄 처리하려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이른바 안전운임제 연장에 관한 사항이다. ‘안전운임’은 명칭 그 자체가 미스노머(misnomer·부적절한 이름)다. 당초 표준운임제라는 명칭이었는데,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운임을 높이면 안전이 보장되는 듯한 마술적 용어로 바꿨다. 운임이 높으면 안전 운행이 보장된다는 억지보다는, 운임 체계를 합리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노동운동에 정치권이 과도하게 끌려다니는 적폐는 시급히 청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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