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때 노젓는 ‘K-배터리’…폭발적 매출 신장에 증설·개발 “앞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2023]
IRA 시행에 북미 생산기지 증설 효과 톡톡
전기차 성장 둔화 및 인플레이션 등은 변수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올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국내 배터리 3사가 내년에도 ‘장밋빛 질주’를 이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의 합산 매출액은 올해 53조원 수준에서 내년, 74조원으로 20조원 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3사가 내년 1000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확보,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매출액은 7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1년 만해도 3사의 매출액은 34조4451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53조원, 내년에는 74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기록한 2조8000억원대의 영업이익도 내년에는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매출 규모가 큰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5조원 대의 매출이 기대된다. 내년에는 36조원까지 덩치를 키운다. 삼성SDI도 20조에서 25조원으로, SK온은 7조원에서 13조원으로 매출 규모를 두 배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가운데 대규모 생산라인 구축 등 선제 투자를 단행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3사는 국내를 비롯해 북미,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핵심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공급망을 갖춰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K-배터리를 향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구애는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IRA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에 짓는 3개 공장을 비롯해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등 굵직한 완성차 기업들과 합작공장을 짓고 IRA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GM과 오하이오주에 건설한 얼티엄셀즈 합작 1공장은 이미 지난 11월 가동을 시작,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예상된다. 테네시·미시간주에 각각 위치한 2·3 공장도 내년 하반기부터 순서대로 가동한다.
회사의 2025년 북미 비중 목표는 46%다. 전체 생산능력(550GWh)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북미는 전기 픽업트럭 등 대형차에 대한 인기가 높아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커 실적에 유리하다. 원자재 가격과 연동한 계약 체결, 안정적인 수율 등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이다.
삼성SDI는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펼치며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니켈 함량을 높인 고부가 배터리 ‘젠5’ 등이 주력 제품이다. 내년 삼성SDI의 영업이익률은 9% 초반대로 전망된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성과다.
미국에서는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건설해 IRA에 대한 대응력도 높인다. 글로벌 고객 다변화, 각형 및 원형 등 다양한 형태의 중대형전지 포트폴리오 전략도 두드러진다. 특히 삼성SDI는 2024년부터 지름 46㎜ 원형 전지, 차세대 ‘젠6’ 배터리 등의 양산을 시작하며 질적 측면에서도 한 단계 도약한다.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몸집을 키운 SK온도 내년부터 본격 성장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SK온이 내년 연간 기준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신규 프로젝트는 향후 성장의 주춧돌이다.
SK온은 헝가리 3공장, 중국 옌청 2공장, 포드와의 합작 블루오벌SK 3개 공장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의 2조8000억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2조원을 직접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8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SF배터리’, 니켈 비중이 90%에 달하는 ‘NCM9’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 등 압도적인 기술력은 회사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하는 이유다.
이미 쌓여있는 수주잔고는 역시 배터리 3사의 성장성을 담보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9월 기준 700조원 수준이던 3사의 수주 잔고가 내년 1000조원을 돌파할 것라고 분석했다. 이 물량이 모두 소화되는 시점은 2030년이다. 앞으로 7~8년까지 일감이 쌓여있는 셈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한다는 점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당초 기대만큼 시장이 크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서다. 증설 경쟁이 장기적으로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KPMG는 최근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급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 자동차 경영진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2030년 전 세계에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을 10~40%로 전망했다. 지난해 예상치인 20~70%에 비해 최대 30%포인트나 급감한 수치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높은 기준금리가 내년 전기차 사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같은 전망에 일부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단독공장 투자 결정을 아직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 급등으로 투자비가 대폭 늘었다며 공장 규모와 투자 시점 등을 조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연내 구체적인 투자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했지만, 여러 변수가 겹치며 보류되고 있다.
인건비 등도 부담이다. 3사 모두 해외에서 대규모 증설을 이어가면서 인력 채용에도 대규모 비용을 쏟고 있다. 3사의 총 인력은 지난해 말 2만2391명에서 올해 9월 2만4357명으로 9개월 만에 약 9%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배터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며 “다만 공급망 문제와 경기침체 우려, 고급리로 인한 비용 부담은 배터리 3사의 성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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