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美 주택시장 침체 못맞췄다...온라인 매매 ‘아이바잉’ 대규모 손실

성유진 기자 2022. 12. 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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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각광받던 ‘프롭테크’의 몰락

미국 온라인 부동산 업체 오픈도어 창업자인 에릭 우는 이달 초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미국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서 회사 주력 사업인 ‘아이바잉(iBuying)’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탓이다. 아이바잉은 집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회사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1~2일 내에 적정 가격을 제시해주고, 집주인이 이를 수락하면 즉시 집을 사주는 서비스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한편 매수한 집에 웃돈을 얹어 팔아 수익을 낸다. 최소 몇 달 걸리던 주택 매도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는 아이디어에 매료돼 투자금이 몰려들고 거래량도 늘자, 다른 부동산 기업들도 이 사업에 속속 뛰어들었다. 하지만 올 들어 주택 시장이 냉각되자 오픈도어는 수천 채의 주택을 매수 가격보다 싼값에 팔아 치우고 있다. 지난 3분기 순손실만 9억2800만달러(약 1조1800억원)에 이른다.

오픈도어를 따라 아이바잉 서비스를 도입했던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레드핀은 지난달 회사 전체 인력의 13%인 862명을 해고하고, 아이바잉 서비스인 ‘레드핀나우’ 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레드핀의 글렌 캘먼 CEO는 “레드핀나우 사업은 너무 많은 비용과 위험을 안고 있다”며 “지금 당장 제값에 팔기 어려운 집에 수억 달러가 묶여 있고, 이로 인해 올해 최대 26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본다”고 털어놨다. 회사는 내년 2분기는 돼야 주택 재고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픈도어(Opendoor)' 앱의 스마트폰 초기화면. /오픈도어

앞서 작년 11월에는 질로가 비슷한 사업인 ‘질로 오퍼’를 3년 만에 접었다.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질로가 사들인 주택의 3분의 2가 매입 가격 이하로 평가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 때문에 질로는 작년 3분기에만 재고자산 가치가 3억400만달러(약 3900억원) 감소했다.

한때 프롭테크(부동산에 기술을 합친 것)의 신기원으로 각광받았던 아이바잉 서비스가 몰락의 길로 접어든 건 기본적으론 미국 주택 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까지 치솟으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뚝 떨어졌다. 이는 각종 부동산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알고리즘이 결과적으로 미래를 맞히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치 바튼 질로 CEO는 “주택 가격의 예측 불가능성이 우리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했다.

일각에선 사업 모델 자체의 결함을 지적한다. 주택 중개의 어려움에 대한 논문을 쓴 아미트 세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알고리즘이 집을 구매할 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주택 건축 양식에 구매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동네의 소음 수준과 이웃의 잔디 관리 여부 등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뜻하는 ‘레몬 시장’ 문제도 발생한다. 세루 교수는 “회사가 각기 다른 집의 특성을 세세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쁜 품질의 주택을 소유한 집주인만 회사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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