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기부의 온기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따스함을 선사한다. 기부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우리나라 기부문화 수준은?=우리나라에선 5명 가운데 1명이 기부를 한다. 언뜻 보면 생각보다 꽤 많은 인원이 기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기부 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14개 국가 가운데 1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도 2011년 36.4%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지난해 21.6%까지 내려갔다. 기부 의사가 있는 사람의 비율마저 2019년 이후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기부를 해 볼 ‘여유’가 생기지 못한 까닭이 크다. 아직까지 주된 기부 방법은 현금 기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30~40대가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연령층인데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축소와 금리 인상과 더불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적 타격이 큰 상황이다.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기부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지금, 기부자들은 기부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마음이 동하기 위해선 내가 보낸 기부 금액 사용처와 경로에 대한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기부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과학 기술과 융합한 기부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체리’는 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으로 컴퓨터에 기부 관련 모든 기록을 남기는 ‘마이크로 트레킹’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기부 금액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체리에는 월드비전·어린이재단·밀알복지재단 등 기부 단체 319개가 참여하고 있다. 2019년 서비스가 출시된 후 현재까지 총 1400여개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고, 누적 기부금만 68억원이 넘는다.
혹은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자의 공헌을 충분히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사랑의 열매’에는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가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같은 조건을 충족한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이 있다. 이와 같이 고액을 기부한 사람만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적더라도 기부를 오래 한 사람이나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 사람에 대한 공로를 충분히 인정해주는 것이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후원자에게 정서적 공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안현주(26)씨는 “대학생 때 월 1만원씩 정기후원을 한 적 있는데 자동이체 됐다는 내용만 문자로 올 뿐 내가 기부한 돈의 쓰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어 1년 후에 후원을 중단했다”며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알려주는 네이버 해피빈을 이용한 이후 “기부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기부 증서와 같은 인증서가 보편적이지만 요즘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자와 후원자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육원 후원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인 ‘다온’은 기부자에게 기부 반지를 선물한다. 액세서리 전문 온라인 샵인 ‘르쉐르슈’ 역시 기부자에게 기부 팔찌를 선물한다. 자선단체인 ‘굿네이버스’는 결연 아동과 후원자를 연례아동편지로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
기부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도 필수 조건이다. 최은화(25)씨는 “머리카락 기부에 대해 알고만 있었지 관심을 갖게 된 건 최근이다”라며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기부 문화가 더 널리 퍼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박용미(43)씨도 “기부가 활발한 세상이 되도록 기부 사례가 많이 알려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전했다. NHN벅스·케이뱅크 등 다양한 기업이 SNS를 활용한 ‘기부 챌린지’를 펼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다.
◆기부자가 조심해야 할 점은=해외 자선 단체인 ‘365Give’에서는 올바른 기부의 정의에 대해 ‘실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에 기꺼이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나에게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기부하는 것이 올바른 기부 윤리다. 사회적으로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이나 받았을 때 기분이 나쁠 만할 물건을 기부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다.
또 기부단체가 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익법인을 평가하는 단체인 ‘한국가이드스타’에서 재무효율성·책무성·사업내용 등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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