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터진 ‘경기 급랭’ 신호탄…재고 쌓이는 반도체에 ‘시름’

세종=김민정 기자 2022. 12. 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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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심리 위축…외식·여행 수요 줄어
반도체 생산 11% 급감…재고 쌓여
기재부 “경기 흐름 불확실성 커지는 모습”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홍보관 딜라이트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수출 주력인 반도체 생산이 두 자릿수로 감소하고 재고도 쌓이면서 경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도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공공행정과 광공업 생산이 늘면서 전산업 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감소세를 보이고 광공업 생산도 부진 흐름을 보이면서 경제 둔화 신호음이 울리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3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모양새다.

◇ 제조업 재고율 127.6%…경기 흐름도 ‘악화’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5.3(2015년=100)으로 전월 대비 0.1% 증가했다. 지난 7월(-0.2%), 8월(-0.1%), 9월(-0.4%) 10월(-1.7%) 연속 감소한 이후 5개월 만에 소폭 증가로 전환한 것이다.

반도체 생산은 11.0%로 크게 감소했다. 반도체는 지난 8월(-12.8%)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세계 경기 둔화와 정보기술(IT)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생산도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생산능력 대비 실적을 뜻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1%로 전월보다 0.6%포인트(p) 상승했지만, 반도체(-20.3%), 통신·방송 장비(-26.9%), 전기장비(-9.2%) 등이 모두 줄면서 전월보다 2.4%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연구원이 생산된 반도체 웨이퍼를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세계 경기둔화 우려로 IT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중국 봉쇄 조치 여파로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수요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생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제조업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재고가 쌓이는 속도로 수출 침체를 가늠할 수 있는데, 제조업 재고는 전월보다 1.4% 늘었다. 재고와 출하 비율인 재고율은 127.6%로 전월 대비 4.8%포인트(p) 상승했다. 출하가 3.8% 줄어들 때, 재고는 6.2% 늘었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하락세를 기록해 경기 약화 흐름을 보였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7p 감소해 7개월 만에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0.8p 하락한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어 심의관은 “광공업생산지수, 내수출하지수, 수입액,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지수 등 대부분이 감소한 데서 기인했다”고 말했다.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0.2p 감소해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 소비 심리 위축…지갑 닫는 소비자들

코로나19 이후 소비는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었지만,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히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업(-4.0%) 등을 중심으로 0.6% 줄었다. 지난 9월(-0.1%)과 10월(-1.1%)에 이어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던 작년 12월(10.9%)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외식·여행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은 10월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일부 영향을 미쳐 대면 서비스 소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1월 118.1(2015년=100)로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지난 9월(-2.0%), 10월(-0.2%)에 이은 석 달 연속 부진이다. 의복 등 준내구재(-5.9%)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1.4%) 모두 판매가 줄었다.

정부도 반도체 부진과 소비 부진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약화했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산업활동동향 분석 자료를 내고 “글로벌 경기둔화, 반도체 경기하강, 금리 상승 등으로 수출·투자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흐름이 제약되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재부는 “내년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거시정책은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되 경제 상황을 고려해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금융·부동산 시장 안정 및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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