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가 없어도 문자가 입력된다…세계 첫 지능형 전자피부 개발

곽노필 2022. 12. 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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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없이 손동작만으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게 해주는 스프레이형 전자피부가 개발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전자피부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가상현실은 물론 게임, 스포츠, 원격의료, 장애인 보조, 로봇 분야 등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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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서울대-스탠퍼드 공동연구
언제든지 지우고 다시 뿌릴 수 있어
게임·원격의료 등 여러 분야에 유망
인공지능을 통해 손가락 움직임을 학습시키면 키보드 없이도 문자 입력이 가능하다. 동영상 갈무리

키보드 없이 손동작만으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게 해주는 스프레이형 전자피부가 개발됐다. 손목밴드나 웨어러블 장갑처럼 불편한 실물기기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유망한 기술로 기대된다.

카이스트 조성호 교수(전산학부)와 서울대 고승환 교수(기계공학부),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 교수 공동연구진은 세계 처음으로 지능형 전자피부를 개발해 전기·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전자피부란 딱딱하고 고정된 전자소자를 피부처럼 유연하면서도 늘어나는 형태로 만든 것이다. 사람 피부에 부착하면 웨어러블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온도와 습도, 압력 등을 감지할 수 있어 의료나 가상현실 등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전자피부는 크기가 크고 유연하지 않아 불편하고, 구조적으로도 매우 복잡해 활용도가 떨어졌다.

지능형 전자피부 모식도. 전도성 그물망을 사용자의 피부에 직접 프린팅한 뒤, 블루투스 모듈을 부착하여 무선으로 손의 움직임에 따른 전기 전도도 변화의 신호를 읽는다. 카이스트 제공

인공지능으로 학습…다양한 가상현실 플랫폼 가능

연구진은 전기가 통하는 100나노미터(㎚, 1나노미터=10억분의1미터) 두께의 은나노와이어를 뿌려 전도성 그물망을 자동으로 인쇄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도성 그물망이란 전도성 실들이 뒤엉켜 그물 구조를 띄는 것으로 늘어나거나 휘어져도 전도성이 유지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은나노와이어는 금으로 도금돼 있어 생체 친화적이라고 밝혔다.

손 위에 전도성 그물망을 인쇄하면 사용자의 손 움직임에 따라 그물망이 늘어나면서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정보를 블루투스 통신장치를 통해 외부로 전송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어 전자피부가 감지해 생성한 다양한 전기신호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켰다. 몇번의 반복학습만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메타러닝 기법을 인공지능 훈련에 활용했다.

연구진은 그 결과 손동작만으로도 실물기기를 직접 조작할 때와 똑같이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걸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키보드 없이 손동작만으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었고, 임의의 물체를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물체의 모양이 화면에 나타나게 하는 등 다양한 가상현실 플랫폼 기술 구현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전자피부와 인공지능 기술 결합한 첫 사례

교신저자인 서울대 고승환 교수는 “전도성 그물망 소재로 쓰이는 은나노와이어는 일부러 문질러 없애지 않는 한 계속 기능할 수 있으며, 비용도 저렴해 필요할 때 뿌렸다가 지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전자피부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가상현실은 물론 게임, 스포츠, 원격의료, 장애인 보조, 로봇 분야 등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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