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아문젠 이후 110년, 남극에서 코리안 루트 1740km를 개척하다
2022년은 아문젠이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지 110년이 지난 해이다. 아문젠과 함께 남극점 도달 경쟁을 펼친 스콧은 아문젠이 남극점에 도달한 지 한 달 후인 1912년에 남극점에 다다랐다. 19세기 초, 인류에게 처음 알려진 남극대륙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여러 탐험가에게 남극점 도달 혹은 남극대륙 횡단이라는 도전의 장이었다.
이후, ‘국제 극지의 해’였던 1957~8년을 전후로 남극 해안가에 여러 나라에서 기지를 짓기 시작하면서 남극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이때 남극점의 아문젠-스콧기지(미국)와 지자기 남극점의 보스톡 기지(러시아)가 건설되면서 남극 내륙에서의 연구 활동도 시작되었다.
냉전이 한창 진행되던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극에서의 과학적 역량을 강화함에 따라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었으며, 특히 1966~68년 미국의 버드기지와 1970~98년 러시아의 보스톡 기지에서 시추한 수천 미터급의 심부빙하 연구는 전 지구 기후변화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게 되었다. 이로 인해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남극 내륙에 기지를 건설하고 심부빙하를 시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과거 83만 년까지 고해상도의 기후변화 기록을 복원하였다.
또한, 남극 내륙은 안정된 대기와 극저온으로 지구상에서 최고의 천문관측 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남극 내륙에 있는 과학기지에서는 다양한 천문우주 관측 장비를 운영하며 세계 최초의 블랙홀 촬영에 기여하기도 하고 외계에서 유입되는 중성미자를 세계 최초로 검출하는 등 첨단 천체물리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이나 EU에서는 우주에 준하는 남극 내륙의 극한 환경을 이용하여 화성탐사선이나 스마트 팜, 폐자원 순환 시스템 등 미래 우주탐사에 활용할 다양한 극한지 공학 기술을 개발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K-루트 프로젝트의 역사와 성과
우선 K루트 프로젝트의 시작은 남극내륙에서 운석연구를 하던 이종익 박사를 중심으로 2015~2016년 동안의 기획을 거쳐 장보고기지로부터 내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육상 보급로를 개척하고 남극내륙 심부빙하와 빙하 아래 존재하는 빙저호를 시추하기 위한 일명 ‘K-루트’ 프로젝트 계획이 수립되면서부터다. 이를 위해 극지연구소에서는 ‘K루트 사업단’이라는 부서를 조직하고 여러 부서에 있던 연구원들과 기술원들이 남극내륙 진출루트 개척이라는 목적을 위해 모이게 되면서 비로소 K-루트 개척이 시작되었다.
2017년에 남극 내륙으로 첫발을 내민 K-루트 프로젝트는 장보고기지로부터 300km 내륙까지 육상루트를 개척하는 목적을 갖고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전까지 주로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내륙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했던 터라 육상루트 개척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특히 남극의 빙하구조상 해안가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크레바스 지대는 이후 매년 육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큰 걸림돌이 되곤 했다.
또한 남극내륙탐사를 진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탐사차량 및 탐사장비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2018년부터 매년 남극 내륙 탐사선단을 강화해 오고 있으며, 현재는 다른 선진국 대비 80% 수준의 탐사역량을 확보하였다. 특히, 2019년에 확보한 남극탐사용 캐러반을 통해 24명의 연구인력이 기지의 지원 없이 남극내륙에서 수개월간 체류하며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주요 연구지역에 연구캠프를 운영하며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탐사선단의 강화를 통해 현재 K-루트 프로젝트는 총 누적거리 1,740km의 내륙진출루트를 개척하였으며, 미국과 영국에 이어 전 세계 3번째의 심부 빙저호 시추와 남극내륙의 자동 천문관측 네트워크 구축 등 남극연구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내륙연구 기반을 구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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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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