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하락분 돌려주는 집주인도…계륵된 계약갱신청구권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면 유리벽에 전·월세 관련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올해 서울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을 사용한 전세갱신계약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여파로 올해 전셋값이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데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져 세입자에게 보증금 하락분을 돌려줘야 집주인도 나오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주택 전월세 신고건수는 총 4만5079건이다. 이중 갱신계약은 1만2487건(27.7%)으로 집계됐다. 신규 계약이 3만2592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72.3%를 차지해 올해 5월(75.4%)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한 데 비해, 갱신계약은 올해 5월 24.6% 이후 가장 낮아졌다.

특히 지난달 갱신계약 건 가운데 세입자가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5171건으로 41.4%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비율로, 최고인 1월(59.0%)보다는 17.6%포인트나 낮아졌다.

갱신권은 해당 전세 계약에 대해 언제든 한 번은 사용할 수 있다. 2020년 8월 임대차 2법 도입 당시 2년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8월부터 전셋값 급등으로 인한 세입자의 갱신권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시장 침체 여파로 되레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갱신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8.25% 하락했다. 지난해 1년 치 상승분(6.48%)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은 물론 더 많이 떨어진 것이다.

더욱이 대단지나 전세수요가 적은 지역의 경우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더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계약금액이 2년전 계약금액보다 낮은 경우는 1774개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송파구와 강동구는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주택형이 각각 28%로 가장 많았다.

또 서대문구(27%)와 성북구(26%), 동대문구(23%), 강북구(22%) 등지도 역전세난 가능성이 있는 주택형이 20%를 넘었다.

여기에 전월세 물건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조사 자료를 보면, 이달 29일 현재 전월세 물건수는 8만6754건으로, 1년 전(5만2279건) 대비 65.9% 증가했다.

대출금리 부담에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줄자, 일부 집주인들은 매매를 전세로 돌려내놓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S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받아 이사하려는 임차인이 줄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2년 전보다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깎아줘야 하는 상황도 종종 있어 재계약할 때 갱신권을 쓰려는 세입자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