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체스 선수, 국제 대회에 이틀 연속 히잡 없이 출전
국제 대회서 잇단 ‘히잡 미착용’
당국 압박에 연이은 대항 물결
이란 체스 선수가 이틀 연속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국제 대회에 참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언론과 목격자를 인용해, 국제체스연맹(FIDE)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26일 주최한 국제체스챔피언십에서 이란 선수 사라 카뎀(25)이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다고 전했다. 이 선수의 이름은 사라사닷 카데말샤리에이며 1997년생이다. FIDE 세계랭킹 804위, 이란 10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중순부터 100일 넘게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숨진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에서 비롯돼,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나아갔다.
시위 발발 이후 국제 대회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거나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는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 이후 그는 히잡이 벗겨진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란 정부가 이 같은 말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가 예정보다 일찍 이란으로 귀국할 때도 당국에 압송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며, 이달 초 레카비 가족의 주택이 강제철거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이란 궁수 파르미다 가세미가 테헤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히잡을 떨어뜨렸다가 나중에 히잡이 떨어지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그가 히잡이 떨어지는데도 가만히 있는 영상이 퍼졌고, 가세미가 반정부 시위에 지지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마리암 카제미푸르 이란 스포츠부 차관은 당시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게 행동한 여성 선수들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으며,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란 축구대표팀은 시위에 대한 연대의 뜻에서 개막식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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