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연임’ 결국 표대결로?…국민연금, 대체 왜
3월엔 박종욱 각자대표 재선임 꺾어
선임 반대사유로 ‘독립성’ 가장 많아
박 대표는 지난 1월 국회의원에 대한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KT 안팎에서 재선임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민단체들은 박 대표의 재선임 안건 철회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결국 주총 전 사내이사 후보직을 내려놨다.
국민연금은 KT이사회 결정 직후 “최고경영자(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앞서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단을 받고도 여러 후보와의 경쟁을 자처했다. 연임 적격 판단을 받은 현직 대표가 이사회에 경선을 요청한 첫 사례였다.
KT 규정에 따르면 현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힌 다음 이사회가 심사를 시작하면 해당 후보를 먼저 심사해야 한다.
구 대표의 경선 요청도 국민연금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당시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유분산기업은 여러 투자주체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는 형태다.
KT이사회는 구 대표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KT지배구조위원회는 사내·외 인사 27명을 심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대표후보심사위는 총 7차례에 걸쳐 심사했고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대표후보심사위는 ▲사상 첫 서비스 매출 16조원 돌파 전망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 90% 상승 ▲사업포트폴리오 개편 ▲디지코(DIGICO) 전환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컴플라이언스 체계 강화 등을 후보 선정 이유로 꼽았다.
사업 성과와 주주가치 성장성이 탁월하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의견도 선정 근거로 제시됐다. 구 대표가 디지코 전환 가속화를 위한 성장전략과 구체적 실행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도 대표후보심사위 판단에 힘을 실었다. KT의 지속적인 성장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본 것이다.
심사가 한창일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낙관했다. KT 영업이익은 2019년 1조1595억원에서 구 대표 취임 이후인 2021년 1조6718억원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시가총액도 당초 7조원 수준에서 올해 10조원으로 올랐다.
구 대표가 선언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 KT’는 신사업 분야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던 ‘쪼개기 후원’ 혐의를 떨쳐내지 못한 상태다. 구 대표도 박 전대표와 마찬가지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하나는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가 가능한 항목이다. 장기연임에 따른 독립성 부족, 출석률 저조, 과도한 겸직으로 인한 업무 충실도 의문 등이다.
국민연금이 2017~2019년 주총에 상정된 이사회 임원 선임 과정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임원 중 2020년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142명)만을 살펴본 결과다.
분석 결과 장기연임·출석률 저조·업무 충실도 의문 등의 사유로 반대한 임원은 24명이다.
또 하나는 기업가치 훼손 경력, 이해관계·거래관계 등으로 인한 독립성 결여, 이해충돌 위험 등이다. 국민연금이 이 같은 사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임원은 37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획일화된 기준보다 임원 후보 개개인의 경력과 독립성 등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봤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지난 27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들이 CEO 선임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황제 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내년 주총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현재 10.35%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7.79%, 신한은행·신한라이프·신한투자증권이 5.4%를 보유 중이다. 자사주와 우리사주 보유 지분은 각각 1.94%, 0.3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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