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열 중 셋은 “먹고사는게 우선, 재정목표 없어”
금융소비자 12%, 소득보다 지출 커
가상화폐 80% 투자 했어도…잘안다 응답 4% 뿐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저축은 사치다’. 우리나라 금융소비자 열 중 셋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재정 목표를 세우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소비자 절반 가량은 저축 여력이 소득의 30%를 밑돌고, 10%가 넘는 사람들은 소득보다 지출이 커 저축 자체를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3’를 발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서울, 수도권 및 전국 광역시에 거주하고 본인 명의의 은행을 거래하는 만 20세~64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 평균 가구소득(489만원)의 86%(421만원)는 매월 고정된 소비·보험·대출상환·저축납입 등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 저축·투자금 및 잉여(여윳돈)를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저축 여력은 소득의 30.9% 수준인 150만원 정도였다. 또 금융소비자의 절반가량(45%)은 저축 여력이 소득의 30%를 밑돌고, 특히 12.7%는 소득보다 지출이 커 저축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버는 족족 쓰기 급급하니, 재정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올해의 재정·경제적 목표를 묻는 질문에 금융소비자들의 17.9%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우선, 13.4%는 재정 목표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런 인식은 MZ세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저축 여력이 부족해 미래를 대비할만한 여유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금융소비자 10명 중 8명이 가상화폐 투자를 경험했거나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은 ‘수익률 기대’ 때문이었으나, 투자 중단 이유로 ‘수익률 하락’이 가장 높게 응답돼 기대와 현실 간의 큰 차이를 보였다. 투자 경험자의 71.1%는 누적 수익률이 –10% 이상 손실로 +10% 이상 수익자보다 2.7배 더 많았다.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지식은 2.6%가 ‘잘 앎’, 17.6%가 ‘약간 앎’라고 응답해 관심에 비해 지식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자 경험자조차 ‘잘 앎’의 응답이 4.3%에 그쳐 체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아닌 ‘묻지마 투자’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소비자는 거래하는 여러 은행 중 본인의 금융거래 규모, 빈도 등을 고려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한 곳을 ‘주거래은행’이라고 정의했다. 주거래은행 한 곳의 거래 중요도는 61.1%(거래은행 총 합 100%)로 금융 거래 시 심리적·물리적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금융소비자가 향후 신규 금융기관과 거래를 시작할 의향은 51.6%, 기존 거래 기관을 이탈(중단/감소)할 의향은 54.0%로 신규 및 이탈 의향 모두 절반을 넘었다. 핀·빅테크는 단기적으로 1년 내 거래 의향이 높은 반면, 전통 금융기관은 장기적으로 노후자금 관리를 위한 거래 의향이 높았다.
금융기관과 거래를 강화하거나 이탈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온·오프라인 채널의 이용 편리성’이었다. 특히, 모바일·인터넷 채널의 이용 편리성은 거래 강화에, 영업점 이용의 불편함은 거래 이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소비자는 상품 가입 경험과 관련해 ‘상품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 소요가 긴 점(34.6%)’에 불만이 높았다. 또한, ‘어려운 상품 용어(26.4%)’, ‘새로운 상품·투자정보의 안내 부족(25.9%)’ 등 정보 전달과 관련한 불만이 큰 편이었다. 특히, 베이비부머와 X세대는 ‘상품가입 절차’에, MZ세대는 ‘정보 전달 및 용어 이해’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윤선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업권 간 경계가 없는 치열한 경쟁 여건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황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소비자의 변화를 이해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이번 보고서가 금융소비자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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