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中 '비밀경찰' 논란, 시시비비 가리되 냉철히 대응해야

파이낸셜뉴스 2022. 12. 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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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최근 한중 관계의 핫 이슈는 단연 중국의 '비밀 경찰' 운영 의혹 관련 사안일 것이다. 의혹의 핵심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비밀 경찰 조직을 운영하는데 그 조직이 한국에도 존재하며 그 유력한 곳이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중식당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두말할 나위 없는 대 전제는 만약 그러한 곳이 존재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주권 침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그 시시비비를 철저하게 규명, 그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해야 마땅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일부 언론을 보면 정확한 팩트 체크는 커녕 마녀 사냥식 여론몰이에 나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무분별한 '클릭 경쟁'의 난무는 결과적으로 심각한 국익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매우 무책임하며 위험천만한 행위일 수 있어 우려된다.

우리 나라에는 재한 중국인들의 상호 친목 도모와 다양한 권익 증진 등을 위한 중국인들에 의한 다양한 민간 단체, 협회 등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는 중국에도 마찬가지다. 중국에도 재중 한인들의 상호 친목과 권익 증진 등을 위한 한국인들의 한국인회, 한국상회, 한국교민회 등이 전역에 산재해 있다. 현재 우리 언론에서 비밀 경찰 조직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곳은 바로 이와 같은 재한 중국인 단체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협회는 다른 곳들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이 곳은, 중국 공산당 하부 기관인 '통일전선부'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정식 인정한 주한 재중 단체라는 점이다. 참고로 중국의 통일전선부는 북한의 통일전선부를 연상시켜 듣기만 해도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기능은 사뭇 다르다. 중국 통일전선부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해외의 중국인, 중국 교민들의 권익 보호와 중국 본국과의 유대 관계 유지 등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재외동포재단'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국내 일부 언론은 이 협회와 대표 회장을 대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치 비밀경찰인 듯한 뉘앙스를 전제로 깔고 보도하고 있는 게 문제다. 해당 협회 대표와 일면식이 있는 내가 봐도 완전히 잘못된 보도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곳이 정말 비밀 경찰 조직인지의 여부는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말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우리의 존엄한 주권 침해에 대해 준엄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만약 이 곳이 평범한 다른 재한 중국인 단체보다는 좀 더 크고 영향력 있는 조직 정도에 불과했다면, 그래서 이미 강한 불쾌감을 표명한 중국 정부가 우리에게도 유사한 자세를 취하고 나선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중국에 있는 '베이징 한국인회', '상하이 한국 상회', '광저우 한국인회' 등을 우리가 현재 이 협회를 대하듯 곱지 않게 바라보고, 나아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단체'라는 원칙하에 모두 폐쇄하라고 한다면 재중 우리 한국인들이나 한국 기업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 협회는 우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지부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민주평통은 우리의 헌법기관으로서 해외에도 다양한 지부를 두고 매년 예산도 지원하며 다양한 교류 및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민주평통 지부는 중국에도 몇 군데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중국 지부라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와는 무관한 데다 중국 정부가 정식 인정한 곳도 아니다.

중국 정부는 단지 한·중 우호라는 차원에서 그 존재 및 활동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 당국 산하의 해외 지부인 이 협회를 '비밀 경찰조직'으로 취급하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 일부 언론을 보고, 중국 내 우리의 평통 조직도 유사하게 대한다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시시비비를 규명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언론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번 민간한 이슈 보도에 신중을 거듭하기를 청하고 싶다. 팩트 체크도 안 된 사안에 대해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는 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위용 당당한 우리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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