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니까 믿고 본다 '트롤리'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분명히 잘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낯설고 달라 보일 때가 있다. 그래도 그간의 세월 동안 신뢰를 공고히 쌓았다면 잠시의 혼란이나 균열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게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난 너만 믿어, 너니까."
현재 SBS 월화극으로 방영 중인 '트롤리'(극본 류보리, 연출 김문교)에서 여주인공인 김혜주(김현주)에게 남편인 남중도(박희순)가 두 차례나 하는 말이다. 중도가 정치판의 온갖 구설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이어서가 아니라 중도에게 혜주는 본래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김현주를 바라보는 마음도 딱 이렇다.
'트롤리'는 과거를 숨긴 채 살던 국회의원 아내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현주는 이러한 '트롤리'에서 바로 그 국회의원 아내 김혜주를 그리며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혜주는 불안감에 휩싸인 생경한 캐릭터로, 묘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일상에서도 일터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경계 태세를 보인다.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혜주의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고, 그러한 비밀 때문에 의뭉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김현주의 흔들리는 눈빛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김현주니까 믿고 지켜보게 된다. 김현주의 흡입력 있는 연기에 새삼 감탄하게 되고, 배우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게 된다. 새삼 김현주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997년 한 CF에서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카피로 단번에 얼굴을 알린 김현주는 곧바로 청춘스타로 우뚝 서며 드라마와 CF에서 종횡무진했다. 상큼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시대를 풍미한 그는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나서며 다채로운 캐릭터로 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40대가 되고 관록이 붙으면서는 각종 장르물에 도전하며 박수받았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김현주의 작품을 모두 다 보지는 못했더라도 드라마팬이라면 그를 모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친숙한 만큼 그 진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작인 '지옥'이 세계적인 화제작이 되면서 다시금 주목받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트롤리'의 김혜주로 나선 김현주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또한, '트롤리' 속 김현주는 감추고 싶은 비밀과 그 속마음을 켜켜이 쌓은 김혜주 그 자체여서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조금은 경계하게 되고 긴장의 고삐를 쥐게 한다. 그간 봐왔던 맑고 청량한 김현주가 여전히 생생하지만, 극중 혜주로서 좌불안석하는 모습에서 전달되는 복잡미묘한 떨림이 김현주를 전혀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혜주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있었던 비밀이 탄로 날까 두려워하며 불안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살고 있다. 지난 27일 방영한 4회까지는 그 비밀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고향인 충남 영산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을 옥죄는 죄책감으로 불안에 떨게 되는지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대본을 집필하는 류보리 작가에 따르면 '트롤리'는 "정답이 없는 갈림길에 선 사람들이 도망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선택 하는 이야기"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전차를 그대로 달리게 두면 선로 위에서 일하고 있던 인부 5명이 죽고, 선로 변환기를 당겨 방향을 바꾸면 옆 선로 위에서 일하던 인부 1명이 죽게 되는 트롤리 딜레마에서 이름을 땄다.
어차피 인생은 정답이 없고 어떤 선택을 하던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 있는데, 유독 더 선택이 어려운 딜레마 앞에 선 혜주의 이야기를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모양이다. 그런 혜주를 연기하는 김현주는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끝끝내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 하는 혜주의 살얼음판 같은 내면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 받을 상처를 내 것처럼 아파하고 함께 울어줄 마음이라서 어떻게든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애쓰는 혜주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단 4회 만에 가지게 했다.
'트롤리'는 이제 중반으로 들어서며 갈등이 본격화하려 하고 있다. 혜주의 비밀이 탄로가 나면서 공고했던 중도와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과연 혜주의 비밀이 무엇일지, 그로 인해 혜주가 직면하게 되는 극한의 딜레마는 무엇일지, 혜주가 고민 끝에 내리게 되는 선택은 무엇일지 궁금증이 증폭한다.
다만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그 선택이 무엇일지라도 결코 가벼이 결정하지 않았을 거란 믿음이다. 선택의 방향이 무엇이든 간에 그 선택에 최선을 다했을 거라는 믿음이다. 그게 김현주에 대한 시청자들의 믿음이고, 혜주에 대한 중도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난 너만 믿어, 너니까"라고 거푸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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