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었지만…청약 경쟁률 8년만에 한자리로
비수도권 공급 강세…수도권의 두 배 달해
청주 등 중소도시 브랜드 아파트 대거 등장
치솟은 금리·분양가 상승에 청약시장 위축
전국 1순위 경쟁률 8.5대1, 작년 절반 그쳐
세종시 397.3대1 최고…대구 0.3대1 최저
“부담 줄이자” 59m² 소형 아파트 수요 몰려
●공급물량은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
지역별 공급량을 살펴보면 비수도권의 강세가 눈에 띈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올 한 해 동안 10만1527가구가 일반공급돼 수도권(5만552가구)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았다. 특히 그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지방중소도시의 공급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올해도 3만5376가구를 선보여 가장 많았고 충남(1만6041가구)과 충북(1만2738가구)도 물량이 많았다. 그 다음으로 대구(1만1500가구)가 광역시 중에서 가장 많은 공급을 기록해 4위에 올랐고, 뒤이어 경북(1만957가구), 경남(1만613가구) 순이었다.
지난해 공급량이 크게 줄었던 서울에서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라는 대어가 12월 분양일정에 나서면서 공급량 숫자가 6548가구로 다소 상승했다. 서울의 지난해 일반공급 아파트는 1666가구로 역대급 공급가뭄 현상을 보였다. 2020년은 올해와 비슷한 6731가구가 나왔고 그 보다 앞서 2019년에는 9003가구가 일반공급됐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난해보다 공급물량이 늘어난 지역은 대전과 충북이었다. 대전은 작년 1866가구에서 올해 7056가구로 대폭 증가했고, 충북도 지난해 4375가구에서 올해 1만2738가구로 3배 가량 늘었다. 청주를 중심으로 음성, 제천 등 그 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았던 중소도시에서 브랜드 아파트가 대거 등장했다. ●청약경쟁률, 8년 만에 한 자릿수 부진
공급물량은 늘었지만 청약경쟁률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12월 7일 기준)은 평균 8.5 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순위 경쟁률 평균 19.1 대 1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2014년(평균 6.7대) 이후 8년 만에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부동산 침체가 그대로 청약시장으로 이어졌다. ‘기준금리 인상’과 ‘분양가 상승’ 탓에 청약자들을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지만 올해는 기준금리가 3.25%까지 치솟으면서 분양시장을 위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중도금대출의 이자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승도 분양시장의 인기를 시들게 한 원인이다. 올해 새정부는 신규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가격 현실화’와 ‘고분양가 심사제도 완화’ 정책을 폈다. 더불어 서울과 과천·성남·광명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규제지역에서 모두 해제돼 ‘고분양가관리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실제 지역별로 분양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해 서울의 3.3m²당 분양가는 2945만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3522만 원까지 올랐다. 또 울산은 같은 기간 321만 원(1488만 원→1809만 원), 대구 316만 원(1716만 원→2032만 원), 대전 275만 원(1330만 원→1605만 원) 상승했다. 기존 아파트 시장이 하락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은 분양시장의 매력을 반감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세종시의 청약경쟁률이 1순위 평균 397.3 대 1로 가장 높았다. 전국 청약이 가능한 세종시에서 분양가가 저렴한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청약자들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어 부산 37.4 대 1, 인천 15.3 대 1, 대전 11.9 대 1, 경남 10.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머지 11개 시·도는 한자리 수 경쟁률에 만족해야 했다.
분양시장이 가장 위축된 지역은 대구였다. 한 해 동안 이뤄진 1만1500가구 공급에 1순위에서 3495명만이 접수하면서 0.3 대 1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울산(0.9 대 1)과 전북(1.7 대 1), 충남(2.7 대 1) 등도 분양시장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하반기 들어 분양시장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하반기(7∼12월) 전국 1순위 평균경쟁률은 4.0 대 1에 그쳤고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대전과 부산, 단 두 곳뿐이었다.
●소형면적·분양가 싼 곳은 그나마 선방
면적별로 살펴보면 올해 수요자들은 전용 59m² 이하 소형면적 아파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평균 13.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다른 면적보다 경쟁이 많았다. 분양가상승, 가구구성원 감소 등의 이유로 작은집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소형면적 공급비중은 11.8%(1만7953가구)였다. 국민주택규모라 불리는 전용 84m²형이 속한 중소형 면적(전용 60m²∼85m²이하)의 경쟁률은 7.1 대 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쟁률로만 보면 소형면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단지별 청약경쟁률을 보면 브랜드나 입지여건, 단지규모, 개발호재 보단 분양가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 분양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곳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로 나타났다. 2월 57가구 모집에 1만1385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199.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시흥시 시흥장현지구에 짓는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 ‘e편한세상 시흥장현 퍼스트베뉴’도 5월 1순위에서 평균 189.9 대 1로 나타났다. 전용 84m²형의 분양가가 4억7000만 원 안팎으로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덕분이었다.
반면 분양가가 높다고 판단되면 입지를 불문하고 관심이 멀어지는 현상도 확인됐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올해 강남권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며 주목을 끌었지만 고분양가 논란 끝에 1순위 3695가구 모집에 1만7378명이 청약해 평균 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서울 분양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청약건수가 몰리긴 했지만 경쟁률은 기대치를 훨씬 밑돌아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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