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신드롬의 비결
러브라인 개연성 지적·결말 비판 일었지만 성적은 신드롬급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킨 '재벌집 막내아들'이 종영했다. 엔딩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으나 '재벌집 막내아들'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25일 종영한 이 작품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회귀물이다. 격변의 8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치밀한 미스터리와 음모, 상상을 초월하는 승계 싸움과 캐릭터 플레이가 관전포인트다. '60일 지정생존자' '성균관 스캔들' 김태희 작가와 신예 장은재 작가가 집필을 맡고 'W' '그녀는 예뻤다' 정대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진도준이 아닌 윤현우가 현실로 돌아왔다. 벼랑 끝에서 총을 맞고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지만 서민영(신현빈)의 도움으로 무사히 살아났다. 모두의 예상대로 진도준의 살해는 진성준(김남희)의 계획이었다. 순양마이크로의 불법 비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윤현우를 이용한 것이다. 윤현우는 공금 횡령 누명을 벗기 위해 서민영을 찾아갔고 비리 내역이 담긴 증거들을 건넸다.
또 오세현(박혁권)을 찾아가 손을 잡았고 순양을 뒤흔들기 위해 판을 짰다. 진성준은 진화영(김신록) 최창제(김도현)의 공조로 인해 윤현우의 살인교사 배후로 지목됐다. 이 가운데 하인석(박지훈)이 윤현우가 진도준 살인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윤현우는 진도준의 사고를 목격했지만 침묵했던 과거를 갖고 있었다. 하인석의 폭로에 윤현우는 진도준을 죽이기 위한 순양가의 계획이 담겼던 녹취록을 공개했다. 결국 순양가는 재벌 세습 경영을 포기했고 윤현우는 오랜 복수를 성공시켰다.
주 3회 편성, 통했다
작품은 편성부터 자신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최초 주 3회 편성에는 시청자들을 한번에 매료시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컸다. 이를 입증하듯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3회 만에 10.8%를 돌파했다. 빠른 전개와 위기를 시원하게 극복하는 주인공을 원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니즈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마지막 회는 26.9%를 기록했다. 이는 '펜트하우스2'(29.2%) 이후 최고의 성적이자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2위의 기록이다.
올 하반기 드라마 중 가장 높은 화제성을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에는 송중기와 이성민의 호연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얼굴을 몰입감 있게 그려낸 송중기와 그에 반대선상에서 극의 분위기를 뒤흔드는 이성민의 시너지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작품이 실화와 픽션 가운데서 밸런스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극 초반 이성민의 존재감은 뜨거웠다.
회귀물, 젊은 세대의 고유물 아냐
수년 전 회귀와 환생을 소재로 한 장르물들이 웹소설과 웹툰 영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들도 이를 주목했고 '어게인 마이 라이프' '금수저' 등이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자신과 또 다른 이의 삶을 살고 싶다는 현대인의 욕망이 노골적으로 투영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회귀물들은 주로 젊은 층들에게 소비됐다. 다시 태어나서 '만렙 능력치' 혹은 '금수저' 환경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캐릭터들은 다소 만화 같은 색채와 함께 복수, 성공 등을 꿈꿨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여기에 역사적 사건들을 대거 활용하면서 실화 못지 않은 사실성을 부여했다. 4050대 시청층이 빠르게 '재벌집 막내아들'에 유입된 까닭이다. 다만 회귀라는 전개 속에서 로맨스는 늘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받는 영역이다. 빠르게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에게 로맨스란 없어도 되는 소재가 됐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이러한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극중 진성준과 서민영의 급작스러운 러브라인 형성은 몰입감을 와해시켰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또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갑론을박도 현재 진행 중이다. 원작과 달리 윤현우, 본체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각색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윤현우가 재벌 기업 승계 폐해를 막고 선한 가치관의 인물로 변모했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보다 더욱 깊은 여운이 남았다. 또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 싸움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남겼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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