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말 결산①] 또 박찬욱…칸이 사랑하는 감독의 힘

정한별 2022. 12. 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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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이어 대종상·청룡영화상 휩쓴 '헤어질 결심'
재발견 된 김신영 "박찬욱 감독, 편견 깨주신 분"
박찬욱 감독 연출력에 감탄한 박해일·탕웨이
박찬욱 감독은 2022년 한국 영화계의 주인공이었다.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는 그의 이름 혹은 영화 '헤어질 결심'이 빠지지 않고 호명됐다.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은 2022년 한국 영화계의 주인공이었다.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는 그의 이름 혹은 영화 '헤어질 결심'이 빠지지 않고 호명됐다. 해외 시상식에서 큰 상을 품에 안고 돌아오기도 했다. 박 감독의 새 작품은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한층 높인 한편 그의 필모그래피에도 굵직한 한 획을 그었다.

'칸느 박'은 박 감독의 별명 중 하나다. 칸이 사랑하는 감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이름값을 증명하듯 박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을 통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차지했다.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던 그는 칸 영화제 본상을 세 번 수상하게 되면서 한국 영화인 최다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박 감독은 2019년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기생충' 후 3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국 감독이기도 하다.

박 감독에게 큰 명예를 안긴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해일은 해준을, 탕웨이가 서래를 연기했다. 배우들은 안정적인 표현력으로, 메가폰을 잡은 박 감독은 섬세한 연출로 호평을 이끌어내왔다.

박 감독은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칸 국제영화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세 번째 수상이라는 것보다도 한국에서 개봉해서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거장 감독답게 해외는 물론 국내 관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6월 개봉해 189만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 모았다.

국내 시상식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제58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했다. 정서경 작가와 함께 각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박해일은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헤어질 결심'은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도 주요한 상들을 휩쓸었다.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주연상 등을 차지하며 무려 6관왕이 됐다. 박 감독은 2022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역시 고(故) 배우 강수연과 함께 은관문화훈장 수상자가 됐다.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누릴 영광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이 영화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비영어권 작품상 후보가 됐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예비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영화로는 '버닝'과 '기생충'에 이어 세 번째라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모은다.

박찬욱 감독이 제43회 청룡영화상의 감독상을 받았다. 대리 수상자로 나선 코미디언 김신영은 박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KBS2 제43회 청룡영화상 캡처

물론 '헤어질 결심'은 트로피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 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코미디언 김신영의 재발견을 도왔다는 사실이다. 김신영은 이 작품에서 해준의 후배 형사 연수 역을 연기하며 호평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이 '제43회 청룡영화상'의 감독상을 받게 됐을 때 대리 수상자로 나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당시 김신영은 "가장 어렵고 무서운 게 편견, 선입견과 싸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코미디언이 영화를? 다들 우습게 보겠지'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께서 편견을 먼저 깨주시고 방패처럼 내 앞에 서주셨다"고 전했다.

'헤어질 결심' 배우들은 입을 모아 박 감독의 세심한 연출을 칭찬했다. 박해일은 인터뷰에서 박 감독의 연출과 관련해 "명확한 테두리는 얘기해 주고 배우에게 많이 맡긴 뒤 유연하게 찍은 연기에서 깊이 있게 들어가 결과물을 얻어내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 언론시사회를 찾았을 때 "서래를 연기하고 해석할 때 내 감정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기묘하게도 감독님의 연출이 그것과 맞아 들어갔다"고 전했다.

박 감독이 2022년 누린 영광은 결코 운이 아니다. 실력을 갖춘 감독이 좋은 배우와 소재를 만나 자연스럽게 국내외 전문가들과 관객들의 다시 한번 인정을 받게 됐을 뿐이다. 대중이 박 감독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날이 찾아오긴 할까. 그가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에도 기대가 모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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