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판호 무더기 발급…세계 최대 시장 조준하는 韓 게임사들 [IT돋보기]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중국 당국이 한국 게임을 대상으로 한 외자 판호를 무더기로 발급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한한령 본격 해소 신호로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을 다시금 겨냥할 수 있게 됐다.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 28일 120여개의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를 발급했다. 이중에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을 비롯해 넷마블의 '제2의나라',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북미 자회사인 카밤의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 외자판호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정부가 외산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를 발급한 것은 지난해 6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이후 약 1년6개월만이다. 특히 다수의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를 발급한 건 지난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라 촉발된 한한령으로 판호 발급이 중단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6년여만에 게임 한한령이 본격 해소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판호는 중국 게임 서비스 허가권을 뜻한다.
2020년 8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가 무기한 연기됐던 넥슨은 메이플스토리M으로 다시금 중국 공략의 물꼬를 트게 됐다. 메이플스토리M은 PC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한 MMORPG로 국내에는 2016년 출시돼 현재까지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넷마블은 제2의나라, A3: 스틸얼라이브를 비롯해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까지 판호를 발급받으며 기사회생할 기회를 얻게 됐다. 제2의나라는 지브리의 작화를 바탕으로 한 MMORPG로 국내서도 흥행한 바 있다. 넷마블 자체 IP를 활용한 A3: 스틸얼라이브 역시 중국서 성공할 경우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효자 게임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크로스파이어'로 중국 시장에서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스마일게이트는 주력 게임인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까지 가세하면서 한층 두터운 매출원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로스트아크는 크로스파이어의 파트너이자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가 현지 퍼블리싱을 맡은 만큼 흥행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를 샀던 엔픽셀도 그랑사가 중국 판호 발급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랑사가는 지난해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MMORPG로 유려한 그래픽과 스토리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자연 노후화로 인해 매출 등이 감소세에 접어들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중국 진출이 길이 열린 셈이다. 배봉건 엔픽셀 공동대표는 SNS를 통해 "엔픽셀 임직원분들이 고생이 많으셨는데, 2023년 좀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기쁨을 밝히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판호 무더기 발급을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판호가 기대를 넘어선 이유는 글로벌 IP가 아니라면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에 보수적이던 중국 당국이 확률형 BM이 강한 한국형 모바일 MMORPG까지 외자판호를 발급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외자판호와 같은추세가 이어진다면 '리니지' 시리즈, '미르' 시리즈와 같은 하드코어 MMORPG도 외자판호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도 "외자판호 발급 재개는 콘텐츠 섹터 전체의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브컬쳐 게임에는 특히나 수혜다. 중국은 일본과 함께 가장 큰 서브컬쳐 시장으로 판호 발급 재개는 국내 서브컬쳐 게임 개발사에 수혜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중국은 2000년대초만 하더라도 한국 게임의 '텃밭'이었으나 지금은 자국 게임 산업의 발전과 개발력 향상으로 인해 자국 게임의 인기가 높다. 중국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역시 '원신', '왕자영요' 등 현지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외자판호를 발급받아 올해 4월 현지 출시된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론칭 4년이 지난 노후 게임인데다 그간 달라진 중국 이용자의 눈높이 등을 맞추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번에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 게임들 역시 중국 현지화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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