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사태 긴장 고조에…미·EU “당사자들 도발 말라”

박병수 2022. 12. 2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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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28일(현지시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코소보 사태와 관련해 한목소리로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코소보는 경찰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로 구속됐던 세르비아계 남성을 석방하며 갈등 관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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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28일 트럭을 통원해 도로 통행을 막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8일(현지시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코소보 사태와 관련해 한목소리로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코소보는 경찰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로 구속됐던 세르비아계 남성을 석방하며 갈등 관리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날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과 나빌라 마스랄리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 명의의 공동 성명에서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향해 “우리는 모두 최대한 자제를 발휘해 조건 없이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도발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는 평화적 시위로 인해 체포·기소되는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시민의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코소보 지도부 보장을 환영한다”며 “동시에 법치는 존중돼야 하며,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될 수 없고,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소보의 법원은 이날 순찰 중인 코소보 경찰에 총을 쏜 혐의로 체포된 전 세르비아계 경찰 출신인 데얀 판틱을 검찰 요청에 따라 석방하고 대신 가택연금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코소보 북부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판틱의 체포에 항의하며 북부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과 대치해 왔다. 판틱은 지난 7월 코소보 정부가 그동안 사용해 오던 세르비아 정부가 발급한 자동차 번호판 사용을 금지한 데 항의해 경찰직을 사퇴한 뒤 저항 활동을 벌여왔다.

세르비아는 이 석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코소보 정부와의 대립을 중단하고 진정할 것을 촉구했다고 세르비아 정부가 밝혔다. 부치치 대통령은 28일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 대표를 직접 면담할 예정이다. 하지만, 알불레나 학시우 코소보 법무장관은 “어떻게 테러 관련 중대 범죄의 용의자가 이렇게 가택연금으로 풀려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코소보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 26일 세르비아가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전군에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 태세를 발령하는 등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코소보는 전체 인구 180만명으로 알바니아계가 92%이고, 세르비아계는 6%다. 세르비아계 주민 대다수는 코소보 북부 지역에 살고 있다.

한때 세르비아 영토였던 코소보는 지난 1998∼1999년 분리 독립을 추진했다. 세르비아가 이에 반발해 코소보를 상대로 한 인종청소에 나서며 무려 1만3천명이 학살됐다. 그러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무력 개입해 세르비아를 폭격하며 평화 중재안을 받아들이게 했다. 그 결과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아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었다. 국제사회도 갈려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둘 사이의 갈등은 지난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이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코소보 정부가 지난 7월 그동안 사용해 오던 세르비아 정부가 발급한 자동차 번호판 사용을 금지하자, 이를 민감한 민족 문제로 받아들인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다. 이후 세르비아계 공무원과 경찰이 집단 사퇴했고, 이런 분위기에서 코소보 경찰 순찰대가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소보 경찰이 전직 세르비아계 경찰 데얀 판틱을 용의자로 체포하자, 이에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북부지역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의 통행을 막고 맞섰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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