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연차·직급 가리지 않고… 실력만 있다면 ‘경영리더’로 승진[산업경쟁력, 인재가 해법이다]
■ 산업경쟁력, 인재가 해법이다 - (13) CJ그룹
“조직혁신 없이는 인재도 없다”
대리·과장·부장 직함 없애고
대기업 최초로 임원 단일직급
거점오피스 ‘워크온’ 도입 이어
선택근무제 전 계열사로 확대
3·5·7년차엔 최장 4주 휴가
“조직 혁신 없이는 인재도 없다!”
지난해 11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4대 성장엔진’(문화·플랫폼·건강·지속가능성) 중심의 중기(中期) 비전을 발표하면서 최고 수준의 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세대가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최고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고,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나이·연차·직급 불문…실력이 곧 기회다 = CJ그룹이 파격적인 인사·조직문화 혁신 제도를 차례로 도입하며 근본적인 기업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나이와 연차, 직급을 가리지 않는 인재발탁과 함께 임직원 스스로 일하는 시공간과 경력까지 설계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Self-Design) 몰입’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CJ가 가장 먼저 시행한 조직문화 혁신은 ‘직급파괴’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올해 1월부터 연공제 직급을 전면 폐지했다. 대리, 과장, 부장 식의 직함이 사라지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승진을 위한 연한이나 연차에 대한 개념도 사라져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라도 10년 내 경영리더(임원)로 성장이 가능해졌다. CJ ENM에 앞서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CGV, CJ푸드빌 등 계열사도 기존 7단계의 직급체계를 3∼4단계로 축소했다.
또 ‘임원 직급 단일화’라는 파격도 시도했다. 지난해 말 정기임원 인사를 앞두고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뉘어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다.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건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 중 처음이다. 회사 체류 연한에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발탁 및 경영자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라고 CJ는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정기 인사에서 CJ올리브영 신임 대표에는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리더가 내부 승진해 취임했다. 이 경영리더는 1977년생 여성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로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율 업무 분위기 조성, 입사 3·5·7년 차에 최장 4주 ‘창의 휴가’= 직급 파괴, 임원 직급 단일화와 더불어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업무 분위기 조성에 CJ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CJ그룹은 거점오피스 ‘CJ 워크 온(WORK ON)’을 도입한 데 이어,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그룹 전반으로 확대 중이다. 지주회사 CJ㈜와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무 특성을 고려해 ‘일 또는 주 단위의 최소 근무시간’ 원칙만 지키면 요일별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편성할 수 있는 선택근무제를 도입했다. CJ올리브영과 CJ대한통운도 이를 각각 지난 5월,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4시간의 오전 업무가 종료되면 일괄적으로 PC가 꺼지고 자율적 외부활동으로 전환하는 ‘비아이 플러스’(Break For Invention Plus)를 시행하며 사실상 ‘주 4.5일제’를 선언했다. 비아이 플러스 제도는 회사로부터 자기계발 시간을 연간 208시간가량 받는다는 측면에서 직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임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더불어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가 제도도 한층 강화했다. CJ는 이달 초 입사 5년마다 시행했던 ‘창의 휴가’ 제도를 3, 7년 차에도 신설하며 확대했다. 기존 5년 주기 외에도 3, 7년을 경과하면 연차 포함 최대 4주 휴가를 통해 역량 개발, 트렌드 경험 등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이뿐만 아니라 CJ는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제한 없이 그룹 내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과 인재에게 직급에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 공모제’ 등 제도도 마련했다. CJ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며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환경을 조성하고,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문화 안착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그룹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채용 규모를 전년에 비해 확대했다. 그룹 중기비전 실현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신입사원을 포함해 경력, 수시 채용을 통해 매년 5000명 이상을 고용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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