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안 줄이면…금세기 말 호남·제주에 ‘겨울’ 사라진다

박상현 기자 2022. 12.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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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일년 중 211일이 여름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이번 세기말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겨울이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진행된 온난화 만으로도 사계절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일년 중 절반 가량이 여름만 존재하는 기형적 계절을 겪게 될 전망이다.

주말 동안 쏟아진 폭설의 영향으로 26일 제주 한라산 1100고지 자락이 눈으로 덮여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성탄절을 앞두고 나흘간 제주 한라산 사제비에는 92.4㎝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렸다. /뉴시스

기상청은 작년 8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를 기반으로 향후 탄소배출량에 따른 우리나라의 기상학적 계절 변화 추이를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29일 밝혔다.

IPCC는 앞으로 인류가 배출할 온실가스 양에 따라 ‘저탄소 시나리오’ ‘고탄소 시나리오’ 등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 중이다. ‘저탄소’와 ‘고탄소’는 각각 온실가스 배출을 점차 줄여 2070년 탄소중립에 이르거나 탄소 저감에 실패하고 현 수준과 비슷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한 경우를 뜻한다.

기상청은 이번 세기 후반(2081~2100년) 국내 17개 광역시도의 연평균 기온이 현재(10.5~16.1도) 보다 2.2~6.7도 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실가스를 현 수준으로 배출하면 강원도와 제주도는 각각 81일, 129일 수준인 여름 일수가 최대 82일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북·전남·경남·제주 등 8개 광역시도는 겨울이 없어진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온도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총 6.7도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 서울과 경기권으로 나타났다.

지구가 뜨거워지는만큼 폭염(暴炎) 일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는 곳에 따라 연평균 4~32일 수준인데, 이번 세기말에는 이보다 최소 11일에서 최대 96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폭염과 동반되는 열대야(熱帶夜) 역시 현재는 최소 2일에서 최대 22일 안팎이었으나, 최소 11일에서 최대 84일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폭염·열대야 피해가 가장 커질 지역으로는 각각 광주광역시와 서울이 꼽혔다.

전국에 폭염이 이어진 지난 8월 4일 오후 뜨거워진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반면 현재 최대 21일 수준인 겨울철 한파(寒波)는 미래에 최대 19일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해 21일간 한파를 겪었던 지역은 꽁꽁 언 듯한 추위를 겪는 날이 겨우내 이틀정도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한파는 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감소될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우리나라 연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1093.1~1758.5mm 수준인데, 이번 세기 후반에는 곳에 따라 비가 10.2mm 적게 내리거나 최대 378.8mm가 더 오는 곳이 있겠다. 강수량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제주도로 나타났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 것은 여름철 수증기가 유입되는 길목인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제주도가 자주 놓인다는 뜻으로, 이 경우 제주는 단순히 강수량이 늘어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각종 태풍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커진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번 기후변화 전망은 피부에 와닿는 미래 기후위기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체감도 높은 정책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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