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토큰화 2탄, 개죽이 NFT는 성공할 수 있을까[엠블록레터]
? 개죽이와 닮은듯 다른 다른 싸이월드 코인, CLINK
? 레딧이 입증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새로운 수익모델
[엠블록레터] 2022년의 마지막 주입니다. 한해 정리도 이제 얼추 마무리하고 새로운 2023년을 기다리는 주간입니다. 코인 시장에서는 올 한해 탄식과 한숨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해를 맞아 새로운 기대를 하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내년이 육십갑자로 무슨 해인지 혹시 아시나요? 내년은 계묘년으로 ‘검은 토끼의 해’ 라고 합니다. 토끼는 영리하고 부지런함의 상징이지만 또 예민함과 자기 멋대로의 상징이라고도 해요. 이같은 특성 때문에 과거와의 단절, 새로움의 시작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를 잘 갈음하고 맞이할 새해로는 더할 나위없이 적합한 해가 아닐까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다가올 토끼해에 활력이 넘치길 바라겠습니다.
1999년 닷컴버블의 한복판에서 시작해 무려 23년 동안 계속된 만큼 대한민국 인터넷의 산 증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긴 역사 속에서도 디시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마스코트가 바로 ‘개죽이’입니다. 개가 대나무(죽)를 껴안고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은 2002년 디시에 등장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요. 당시 디시인사이드의 정책 상 게시물 하나에 이미지 하나를 필수적으로 첨부해야 해서 이른바 ‘짤림방지’용 이미지로도 널리 사용됐습니다. 여담으로 이 ‘짤림방지’를 줄인 ‘짤’은 현재 인터넷 이미지나 밈을 대표하는 우리나라만의 인터넷 용어가 됐습니다.
개죽이의 NFT 부활에 쏠린 시선은 두개로 나뉩니다. 먼저 ‘개죽이가 뭐지?’라고 보는 시선입니다. 2002년에 등장한 데다가 사실상 인기는 초기 인터넷 커뮤니티 시절에 쏠려 있다 보니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에 익숙한 이십대 이하는 개죽이를 잘 알지도 못합니다. 그냥 귀여운 개 한마리일 뿐이죠.
반면, PC 인터넷에 익숙한 삼십대 이상에게 개죽이는 국내의 폭발적인 인터넷 활황기를 상징하는 아이콘과도 같습니다. 당시 한국 인터넷은 말 그대로 전세계를 선도했거든요. 어찌 보면 인터넷 ‘라떼’의 표상과도 같은 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밈이 NFT를 등에 업고 실체화된 것이니 눈길이 안갈래야 안갈수가 없죠.
그런데 이렇게 추억, 그러니까 ‘라떼’를 토큰화한 사례는 개죽이 이전에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싸이월드입니다. 이른바 전국민의 추억 저장소라 불리는 미니홈피를 운영했던 곳입니다. 미니홈피는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 개인 프로필 네트워킹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나갈 때에는 전국민의 절반이 미니홈피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집계됩니다.
2010년경까지 잘나갔던 싸이월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밀려 대주주가 몇차례 바뀌면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는데요. 코인을 등에 업고 부활을 모색합니다. 무려 두번이나요. 도토리를 코인화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면서 2019년 클링, 2021년 싸이클럽이라는 코인을 각각 선보입니다. 이 중 싸이클럽은 빗썸에서 기존에 거래되고 있던 MCI 코인을 브랜드 사용 계약을 체결해 이름을 바꾸고 싸이월드 코인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비극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클링은 좌충우돌 끝에 결국 모든 거래소에서 거래 지원을 종료했습니다. 싸이월드 코인은 싸이월드제트와 MCI 코인의 원 진행사인 베타랩스간의 소송 끝에 계약 해제로 싸이월드 이름을 쓸 수 없게 됐고 결국 빗썸에서 내려갔습니다. 코인까지 동원한 싸이월드 부활 작전은 작년 초부터 1년 넘게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100% 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추억저장소는 추억 빼내기 용도에 그쳤구요.
추억, 그러니까 과거의 유산을 매개체로 내놓는 새로운 서비스들은 이용자가 과거가 아니라 현 시대의 사람들임을 명시해야 합니다. 추억을 잘 포장해 팔기만 하면 팔리는 것으로 끝입니다. 그것도 잘 팔렸을 때 얘기죠. 추억팔이나 추억을 매개체로 성공한 서비스들은 모두 현재에 부합하게 잘 복원했거나 잘 상품화를 해냈습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이나 응답하라 시리즈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토큰이라는 포장지는 사고 팔기에 편하기만 하지 매력적인 요소를 부여해주진 못합니다. 그리고 이는 NFT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떼’의 토큰화 첫번째 사례인 싸이월드는 위에 살펴본 것처럼 사실상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번째인 디시인사이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디시인사이드의 개죽이 NFT는 싸이월드와 직접 비교는 어렵습니다. 싸이월드는 코인이었지만 디시인사이드는 NFT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구요. 또 디시인사이드 전 범위에 걸친 게 아닌 특정 IP를 NFT화한 것이라는 차이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개죽이 NFT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사례는 해외 레딧의 NFT 아바타일 것입니다. 디시인사이드와 유사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은 사이트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바타를 NFT로 발행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때 레딧 NFT 아바타 사용자수가 전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시를 뛰어넘기도 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NFT 시도도 레딧의 성공에 고무된 것으로 관측됩니다. 레딧,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는 광고 이외에 다른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었거든요. 구독제나 프리미엄 서비스와 같은 시도는 큰 규모의 매출을 일으키는 데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시작된 레딧 NFT 아바타가 250만달러가 넘는 시장 규모를 창출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딧은 폴리곤 블록체인을 활용해 자체 지갑을 제공하는 반면 디시인사이드는 클레이튼 블록체인 상에서 그라운드X의 클립 지갑을 활용합니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는 개죽이 NFT 발행 이전에 이미 클레이튼 재단으로부터 상당량의 클레이를 전송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무료로 진행되는 개죽이 NFT 민팅비를 충당하는 데도 쓰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라운드X 뿐 아니라 게임체인이라는 회사도 발행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당한 코인과 인력이 투입된 NFT인만큼 레딧 NFT 아바타에 걸맞는 사용성도 기대해보겠습니다. ‘라떼’의 토큰화 두번째 사례는 성공으로 귀결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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