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美 반도체 공급망 재편 최대 수혜국은 대만”

박순엽 2022. 12. 2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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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따른 기회·위협요인’ 보고서
“한국, 과도한 中 의존 구조 탈피해 美 시장 노릴 필요”
반도체 장비·소재 특정국 의존도 낮추고 연구개발 늘려야
“설비투자 지원으로 첨단기술 초격차 확보하는 게 중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정책의 최대 수혜국은 대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도 미국 시장 내 영향력 강화를 위해 핵심 장비·소재 수급을 다변화·안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지원을 통해 첨단기술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28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기회 및 위협요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우방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반도체 수입을 대폭 줄이고 대만과 베트남으로 공급처를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1%에서 2021년 11.0%로 감소한 데 반해, 대만의 점유율은 9.7%에서 17.4%로, 베트남의 점유율은 2.6%에서 9.1%로 증가하면서 중국의 빈자리를 대체했다. 다만, 한국 점유율은 2018년 11.2%에서 2021년 13.2%로 2.1%포인트(p) 증가에 그쳐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지 않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수출의 과도한 중국 의존 구조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수요처 확보를 위해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 또한 반도체 자급률 향상에 주력하고 있어 중국에 편중된 반도체 수출을 다른 국가로 다변화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2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다변화뿐만 아니라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반도체 수요 업체의 공략을 위해서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요국 대비 낮은 연구개발(R&D) 투자 비율과 장비·소재의 높은 해외의존도가 우리나라의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 매출 대비 R&D 비율은 한국이 8.1%로 미국(16.9%), 중국(12.7%), 일본(11.5%), 대만(11.3%) 등 주요국 중 가장 낮았다.

또 우리나라는 반도체 장비·소재의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경쟁국보다 높아 공급망 교란에 취약한 구조이기도 하다. 지난해 수입금액 1만달러 이상인 반도체 장비 품목 80개 중에서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90%를 웃도는 품목이 30개로 그 비중(37.5%)은 주요국 중 가장 높다.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도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 품목의 비중은 한국(18.2%), 대만(16.7%), 미국(7.8%) 순이었고, 중국과 일본은 0%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표=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는 이에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확대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동시에 장비·소재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꾸준한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투자에 25%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만도 지난 11월 반도체 연구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하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늘리는 데 그쳐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최근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있어 투자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출시 지연과 세계 경제 둔화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이 급증하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즉, 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은 과감한 선제 투자에 달렸으나, 반도체 시황 악화로 주요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축소되고 있어 더욱 적극적인 세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 측 주장이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대만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하는 지금이 미국 시장을 선점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론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구도에 참여해 핵심 장비·소재 수급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지원을 통해 첨단기술 영역에서 초격차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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