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유-강-신’, ‘전-문-데’ 예능의 시대 온다[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2. 12. 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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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전현무(왼쪽부터), 문세윤, 데프콘. 사진 티빙, 스포츠경향DB



유재석-강호동-신동엽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예능 MC의 계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굳건하게 지켜졌다. 각종 지표가 이들의 시대를 알렸으며 연예대상의 수상 역시 이들이 돌아가는 형국이었다. 거꾸로 유-강-신 시대의 그림자도 있었다. 그들의 그늘에서 새로운 얼굴이 돋아나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2023년 20년이 넘은 유-강-신의 시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SBS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겸연쩍은 대상을 받은 후 대중의 반응이 이를 방증한다. 예능MC의 계보는 1970년대 초반들에서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태생들로 옮겨가고 있다. 바로 전현무-문세윤-데프콘으로 이어지는 ‘전-문-데’의 시대다.

‘스포츠경향’은 2022년을 보내고 2023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2023년 대한민국 예능의 중심이 될 세 사람의 매력을 비교한다. 야구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꼽는 선수를 ‘5툴 플레이어’라고 일컫는다. 타격, 파워, 수비, 송구, 주루를 뜻하는데 예능에서는 이를 진행능력, 연기력, 캐릭터 플레이, 호감도, 체력 등의 ‘5툴’로 분석한다.

방송인 전현무. 사진 SM C&C



■ 전현무, 가장 안정적인 ‘5툴 플레이어’

전현무는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안정적인 ‘5툴 플레이어’로 꼽힌다. 5가지 지표에서 고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요구가 뜨겁다. 중심으로 활약 중인 MBC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을 비롯해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JTBC ‘톡파원 25시’, tvN ‘프리한 19’ 등 고정만 5개다. 2017년 MBC 연예대상을 시작으로 대상후보로도 자주 거론되는 예능인이 됐다.

‘히든싱어’ ‘트로트의 민족’으로 대표되듯 아나운서 출신으로 안정적인 발음과 성량의 진행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나 혼자 산다’나 티빙 ‘러브캐처’에서 보듯 스튜디오 예능에도 강하다. 각종 댄스모사와 상황극 등 ‘연기력’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그림을 그리는 ‘무스키아’, 요리를 하는 ‘무쉐린’ 등 스스로 캐릭터 플레이를 하고 있다. 실제 그림을 전시하고 예능에서 요리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선보인다. ‘나 혼자 산다’의 올 초 한라산 종주 에피소드에도 보이듯 건강에 대한 자각을 갖고 체력도 키우고 있다.

단 한 가지 대중적 호감도는 호불호가 갈린다. 과거 ‘스타골든벨’ 시절부터 ‘밉상’ 캐릭터로 인지도를 쌓았고, 그가 재미를 주는 부분이 타인에 대한 질투 코드가 많아 이를 즐겁게 보지 않는 계층도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도 프로그램 안에서 연인을 만들었다 하차를 했고, 최근 그림이나 요리 캐릭터도 여러 프로그램에서 쓰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 등 캐릭터를 지나치게 빨리 소진하려는 조급증도 있다.

하지만 지금 거론되는 세 명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으로 정상급 MC에 진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방송인 문세윤 ‘맛있는 녀석들’ 출연 장면. 사진 iHQ 방송화면 캡쳐



■ 문세윤, 야생에서 자라난 ‘개그 복주머니’

1982년생인 문세윤은 세 명 중 유일한 개그맨 공채 출신이다.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0년 이상의 ‘개그 구력’이 있다. 버라이어티에 진출한 것은 2015년 당시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로 비교적 늦은 편이다. 하지만 빠른 적응력과 캐릭터 소화능력으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문세윤의 강점은 희극인 출신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고 이에 파생된 캐릭터 플레이에 능하다는 것이다. ‘맛있는 녀석들’에서도 초반 진행역할을 김준현에게 맡기고 웃기는 부분에 집중했지만, 김준현의 하차 이후 막내지만 진행역할을 맡아 유민상, 김민경, 홍윤화, 김태원을 이끌고 있다.

주현 성대모사나 유명한 한우 성대모사처럼 모사에 기반한 연기력도 뛰어나다. 2019년부터 KBS2 ‘1박2일’의 멤버로 발탁돼 야생에서 예능감을 다졌다. 웹 콘텐츠 ‘댄스뚱’에서도 뛰어난 춤실력과 운동신경을 보여줘 체력에도 강점이다.

단 하나 약점이 있다면 아직은 낮은 대중적인 인지도다. 물론 지난해 KBS2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대상급 예능인이 됐지만, 이는 ‘1박2일’의 활약에 한정돼 있고 ‘1박2일’도 왕년의 ‘1박2일’이 아니다. tvN ‘코미디빅리그’와 ‘맛있는 녀석들’ 등 고정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높아 널리 출연하는 타입도 아니다.

하지만 본인도 밝혔듯 호감도가 있는 통통한 캐릭터이므로 이는 향후 일정 조정을 통해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

방송인 데프콘(가운데)가 출연 중인 ENA-SBS플러스 예능 ‘나는 SOLO’ 한 장면. 사진 ENA-SBS플러스 방송화면 캡쳐



■ 데프콘, 공감으로 성장한 ‘예능 비둘기’

1977년생인 데프콘은 전현무와 동갑이지만 다른 길을 걸었다. 전현무가 공채 아나운서 출신으로 각종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검증된 길을 걸었다면 데프콘은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으며 들풀처럼 자란 ‘풀뿌리 예능인’의 유형이다.

‘나는 SOLO’의 남규홍PD는 데프콘을 일컬어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라고 말했다. 그는 “입담이 좋아 재미없는 촬영분을 살려내고, 사람이 따뜻해 요즘처럼 살벌한 세상에 따뜻한 말이 울림이 있다”고 평했다.

이처럼 데프콘을 키운 것은 특유의 ‘공감’ 코드였다. 지난해부터 ‘나는 SOLO’ ‘나는 SOLO:사랑은 계속된다’ ‘효자촌’ 등 남PD의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한 데프콘은 스튜디오에서 MC들을 아우르며 리얼리티 상황에서 출연자들에게 공감하는 특유의 감각을 선보였다.

원래 공격적인 랩을 쏟아내는 랩퍼였던 그는 2008년 MBC에브리원 ‘MT왕’에 출연해 정형돈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예능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1년 ‘무한도전’ 조정특집을 통해 인지도를 올렸고, 주로 정형돈과 콤비를 이루며 ‘주간아이돌’ ‘나 혼자 산다’ ‘1박2일’ 등을 통해 성장했다.

스튜디오 녹화를 통해 검증된 진행능력에 ‘1박2일’로 야생 촬영을 견뎌내는 체력도 입증됐다. 이미지 역시 힙합계가 디스전으로 날을 세울 때도 중재에 나서면서 평화를 상징하는 ‘힙합 비둘기’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 리얼리티 외에 연기력과 캐릭터가 필요한 예능에서는 다소 어려움을 겪는다. 연기자가 바탕이 돼 있지 않은 데다 상대가 있어야 공감 코드가 극대화되는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더 많은 타장르 출연으로 상세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지금 시대에 가장 적합한 장점 ‘공감’을 가진 데프콘의 위세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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