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소비자 피해 만연한 플랫폼 업계, '과이불개' 자성해야

김진희 기자 2022. 12.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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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들이 2022년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를 선정했다.

명품 플랫폼, 소셜 커머스 등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품을 유통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잇따랐다.

그동안 이들 명품 플랫폼들은 소비자에 불리한 이용약관을 앞세워 가품이 중개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공정위로부터 철퇴를 맞기 전 명품 플랫폼들이 그랬던 것처럼 소비자에게 불리한 이용약관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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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세관 관계자들이 압수된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 가품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과이불개'(過而不改).

대학 교수들이 2022년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를 선정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이불개'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적용될 만큼 2022년 대한민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삼성패션연구소가 2022년 패션산업 10대 이슈를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가품 공방'이다.

올 한해 네이버(크림)와 무신사(부티크·솔드아웃),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플랫폼 간 가품 공방은 큰 이슈였다. 명품 플랫폼, 소셜 커머스 등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품을 유통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잇따랐다.

그동안 이들 명품 플랫폼들은 소비자에 불리한 이용약관을 앞세워 가품이 중개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플랫폼상 제공되는 상품 정보의 진위 및 제품 하자·가품 여부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며 이는 플랫폼 이용계약의 본질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김진희 기자.

유통 업계에서는 다음 타깃으로 '오픈마켓'이 수술대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11번가, 지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의 공(功)도 있다. 플랫폼 각각이 내건 기준에 부합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소상공인 판로 확대와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통신판매중개업'이라는 지위에 숨어 가품을 숱하게 중개해오면서도 이렇다 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공정위가 오픈마켓에 일어나는 소비자 피해(재산상 손해)에 대해 통신판매중개자(인터넷 사이트 운영자)와 상품판매업자가 연대 배상 책임을 지게 했음에도 말이다.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이용 시 회원에게 제시하는 '네이버페이 이용약관' 제9조(이용회원의 의무)에 따르면 '이용회원은 상품구매 시 스스로의 책임하에 상품을 구매해야 하며 회사(네이버)는 판매자회원의 상품 내용과 거래 조건에 대해 보증이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공정위로부터 철퇴를 맞기 전 명품 플랫폼들이 그랬던 것처럼 소비자에게 불리한 이용약관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오픈마켓은 우리나라 위조상품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정부는 이용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오픈마켓에 대해 현미경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오픈마켓 플랫폼 사업자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과이불개'의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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