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경제인물] 10년 만에 회장 승진 이재용의 승부수는?   

이석 기자 2022. 12. 2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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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시대’에 맞는 新성장동력 내놓을지 주목

(시사저널=이석 기자)

[편집자 주]

2022년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겨지고 있다. 후세대에게 2022년은 어떤 한 해로 기억될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미 연준발(發) 고물가·고금리 행진, 10·29 이태원 참사 등 연이어 나오는 우울한 뉴스들은 가뜩이나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쳐 있는 국민을 더 숨막히게 만들었다. 그나마 누리호 2차 발사 성공과 월드컵 16강 진출의 투혼은 숨통을 좀 트이게 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가슴 아픈 일은 가슴 아픈 일대로, 기쁜 일은 기쁜 일대로 정확히 기록에 남기고자 '올해의 인물'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의 인물은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첫해부터 매년 송년호에 발표하는 장기 연재기획이다. 특히 2022년에는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시사저널 정기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처음 실시했다. 시사저널 편집국과 본지 정기독자들이 선정한 2022 올해의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편집국 기자들도, 정기독자들도 의견이 일치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통령만큼 우리 사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없는 탓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당선된 첫해,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이 밖에 정치 인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제 인물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회 인물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문화 인물에 '우영우' 신드롬의 박은빈, 국제 인물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IT·의·과학 인물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연예 인물에 BTS, 스포츠 인물에 축구선수 손흥민 등이 선정됐다. 올해의 사건에는 이태원 참사를 선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27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정확히 10년 만이다. 그동안 이 회장의 발목을 붙잡았던 '5년간 취업 제한' 규제도 지난 8월 단행된 광복절 사면을 통해 풀린 상태다. 이전보다 공격적이고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우선 '젊은 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대거 발탁했다.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사와의 스킨십도 늘렸다. 이유는 명확했다. 최근 계속된 복합 경제위기로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도 취임 직후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면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여부도 주목

당장 삼성전자의 경영 상황만 봐도 그렇다.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급락했다. 매출은 76조7817억원으로 3.79%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31.39% 급감한 10조8520억원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10월27일은 이 회장이 승진한 날이어서 내부적인 위기감이 더하다.

재계에서는 새롭게 삼성의 사령탑을 맡은 이 회장이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사저널이 2022년 '올해의 경제 인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 당국 수장들을 제치고 이재용 회장을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發'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으로 기업들은 현재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삼성이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는다'는 재계 속설처럼, 삼성의 체질 변화는 재계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게 닫혀 있는 삼성의 '성장판'을 여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목표는 2020년까지 매출 400조원을 돌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수장이 사법 리스크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사이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은 크게 약화됐다. 2020년 삼성전자 매출은 236조원에 그쳤다. 최대 매출을 찍었던 2021년에도 279조원 수준이었다. 이재용 시대에 맞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사업구조 개편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관심이 가는 것이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건 여부다. 삼성은 2021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조직개편 컨설팅을 의뢰했다. 사업 및 조직개편과 함께 컨트롤타워 재건이 컨설팅의 핵심 내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도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자산 484조원, 계열사 60개인 글로벌 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경영 전문가들은 새로운 회장 체제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역할 역시 변화된 경영 환경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과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 때만 해도 관리의 삼성으로 불렸다. 3세인 이재용 회장은 이제 관리가 아니라 창조로 나아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계열사 사업 관리용 컨트롤타워 대신 혁신 관리에 기반을 둔 서포트타워를 통해 이 회장이 성장의 실마리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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