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킹콩’ 자이언, 올드스쿨 파괴자의 향수 펑펑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를 연고지로 하고있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아직까지 NBA에서 조연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팀 중 하나다. 2002년 창단이래 2008년 기록한 디비전 우승 1회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역사가 길지않은 만큼 구단을 대표할만한 스타도 많지않은데 배런 데이비스, 크리스 폴 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상징성 등을 감안해봤을 때 말그대로 거쳐갔다는 표현이 맞을듯 싶다.
가장 아쉬운 것은 '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29‧208cm)다. 2012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펠리컨스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2년차 시즌부터 20득점, 10리바운드 이상을 해내며 팀내 간판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그간 변변한 스타급 플레이어가 없던 팀 입장에서는 데이비스와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쉽게도 데이비스는 뉴올리언스와 오랫동안 함께할 생각이 없었다. 2018~19시즌 이후 르브론 제임스가 있던 LA 레이커스로 둥지를 옮겼는데 떠나는 과정에서 태업논란 등 온갖 불화를 일으키며 펠리컨스 구단과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렇게 당분간 이름값높은 빅스타가 없을 듯 싶은 찰나 그 이상가는 대형 기대주가 탄생했다.
다름아닌 ‘날으는 냉장고’, ‘플라잉 킹콩’, ‘슈퍼 돈까스’ 등으로 불리는 자이언 윌리엄슨(21‧198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부분 뛰어난 선수들의 하드웨어를 언급할 때는 신장이나 윙스팬을 먼저 보기 마련인데 자이언은 다소 다르다. 체중부터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그의 체중은 팬들과 관계자 사이에서 자주 화제가 된다.
프로필상은 129kg으로 되어있지만 비시즌에 몸이 불어 돌아다니는 모습 등을 볼때면 160kg는 거뜬히 나가보인다. 신장은 크지않지만 체중만 놓고보면 NBA 전체에서 상위 체급에 해당될만하다. 때문에 소속팀 팬들은 물론 타팀 팬들 사이에서도 ‘경기를 뛰는 것은 둘째치고 저런 몸으로 선수 생활을 얼마나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이언은 그러한 몸집과 체중에도 불구하고 농구를 잘한다. 단순히 몸무게만 많으면 문제가 되겠으나 근육질의 탄탄한 몸을 바탕으로 누구보다도 날렵하고 파워풀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라 육중한 몸으로 코트를 날아다니며 파워 플라잉 농구를 펼쳤던 찰스 바클리와 비교되기도 했다.
겹겹이 쌓여있는 수비수들을 몸싸움으로 밀쳐내며 골밑으로 파고 들어가는가 하면 어지간한 충격 정도는 돌덩이같은 몸으로 퉁겨버린다. 자신보다 한참 키가 큰 선수 조차 골밑 싸움에서 압도하면서 ‘농구에서 미스매치는 신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부분을 확인시켜줬다. 거기에 단순히 힘만 센 것이 아닌 순발력, 탄력에 센스까지, 골밑에서 싸워줄 수 있는 다양한 무기까지 뽐냈다.
조금의 빈틈만 있으면 득달같이 포스트로 달려들어 덩크슛, 더블클러치 등을 통해 득점을 올렸고 리바운드 쟁탈전에 능한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외곽까지 따라나가 블록슛을 성공시킬 정도로 의외의(?) 기동력까지 뽐냈다. 단순히 덩치 크고 힘만 좋은게 아닌 운동능력, 농구센스에서도 수준급임을 어필한 것이다.
NBA를 호령하는 스타플레이어는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뉠 수 있다. 스테판 커리, 제이슨 테이텀, 루카 돈치치, 니콜라 요키치 등처럼 뛰어난 기술이 돋보이는 테크니션 그리고 야니스 아데토쿤보처럼 격을 달리하는 엄청난 신체능력으로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하는 이른바 ‘괴수’가 존재한다.
특히 원초적 파괴력이 돋보이는 괴수형 캐릭터 같은 경우는 보는 재미가 있을뿐 아니라 어느정도의 희소성까지 갖춘 만큼 등장과 동시에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테크니션도 멋있지만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운동능력을 과시하는 괴수들의 존재감은 또 다르다. 테크니션이 경량급 혹은 중량급 기술자같다면 괴수들은 헤비급 하드펀처같은 느낌을 준다.
과거 ‘레인맨’으로 불리던 숀 켐프가 다소 짧았던 전성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배경에는 림을 파괴하듯이 꽂아넣었던 무자비한 폭탄 덩크의 영향도 크다. ‘그리스 괴인’으로 불리는 아데토쿤보는 무시무시한 투기를 발산해내는 고질라를 연상시킨다. 고질라가 엄청난 핵융합 화염을 뿜어내며 눈앞의 상대를 쓸어버리는 것처럼 엄청난 보폭을 바탕으로한 림어택으로 인정사정없이 포스트를 두들긴다.
테크닉까지 두루갖춘 올라운드 괴수 ‘킹’ 르브론 제임스는 괴수들의 왕 킹기도라에 비견된다.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며 세 개의 머리로 전후좌우를 모두 살피는 킹기도라와 농구의 모든 부분에서 특급으로 활약을 펼치고있는 제임스는 그 위용부터 남다르다. 자이언같은 경우 어디까지 성장할지 예측이 안되는 괴수다. 비교를 하자면 킹콩이 연상된다.
거대한 몸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순발력과 운동능력 거기에 유연성까지 뽐내고 있는데 부상등 변수만 없다면 아데토쿤보 등의 뒤를 이어 리그를 대표하는 괴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는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자이온의 최대 매력은 정통파 올드 스쿨의 향수가 물씬 풍긴다는 점이다. 외곽슛, 공간을 넓게 쓰는 전술 등 현대 농구는 과거와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
힘으로 상대 포스트를 때려부수는 빅맨은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하나같이 잘달리고 슛좋은 선수일색이다. 그런점에서 압도적인 힘과 체격대비 놀라운 순발력, 점프력 등으로 골밑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이언의 존재는 또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고전적인 퍼스트스탭과 체구에 어울리지않는 정교한 핑거롤 등은 과거 농구의 추억을 가지고있는 팬들에게는 더더욱 각별함을 준다.
자이언을 간판으로 내세우고있는 뉴올리언스는 현재 21승 12패(승률 0.636)으로 서부컨퍼런스 2위에 위치하고 있다. 자이언 또한 25경기에서 25.2득점, 7.2리바운드, 4.7어시스트, 1.2스틸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부분을 떠나 거대한 몸을 앞세워 공수에서 파워풀하게 상대 포스트를 흔들어댄다는 점에서 팀 공헌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이탈한 상태지만 C.J. 맥컬럼, 조나스 발란슈나스, 트레이 머피 3세, 윌리 에르난고메즈, 허버트 존스 등이 고르게 활약해주며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여러 가지 경험이 쌓여가면서 펠리컨스라는 팀 자체가 강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은 시간내에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만들어내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괴수 자이언과 뉴올리언스가 올시즌 어디까지 진격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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