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2023 계묘년 대한민국 공공리더십의 향방

서영식 충남대 리더스피릿연구소장 2022. 12.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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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식 충남대 리더스피릿연구소장

매년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표현을 관례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은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일년내내 위기 상황이 지속된 이유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리더도 리더십도 사실상 부재했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국민 모두 좀 더 안전한 상황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며, 향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공공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리더는 '공공성'의 의미와 가치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즉 리더라면 우선 공공 가치에 대한 리더의 인식과 실천이 조직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안정을 고양시킨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지켜낼 가치가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그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찾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따라서 사회의 리더를 자임하는 사람은 공적 가치와 사적 이익 간의 조화와 중재 능력, 사회적 갈등과 합의 과정을 총괄하는 비판적 사고력,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로운 소통능력을 충분히 갖추도록 지적인 훈련과 실천에 꾸준히 임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리더는 한 사람의 민주시민으로서 지배와 피지배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약 2500년 전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플라톤에 따르면, 시민의 기본자격은 단적으로 자신의 내면에 지배와 피지배의 능력을 온전히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법률』에서 시민교육을 '훌륭한 품성상태'를 바탕으로 스스로 올바르게 통치할 수 있으며, 또한 타인의 올바른 통치에 순응할 수 있는 자유롭고 합리적인 시민을 양성하려는 일련의 시도와 과정으로 묘사했다. 플라톤의 제자이자 학문적 경쟁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지배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좋은 지배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옳은 말이다…(중략)…훌륭한 시민은 자유민답게 지배할 줄도 알고 자유민답게 복종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시민의 탁월함"(『정치학』)이라고 주장했다. 바람직한 '시민의식'(citizenship)의 형성은 시민 각자가 평등한 인격체로서 지배(참여와 봉사)와 피지배(양보와 타협)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리더와 팔로워를 범주적으로 구분하고 사회 구성원에게 한 방향의 역할만을 강요할 수 없다. 누군가 현재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곧이어 팔로워의 위치에 설 수 있으며 역도 마찬가지다. 결국 리더라면 '이끄는 동시에 섬기는 자세'를 내면에 확립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21세기의 리더는 급속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융합적 지식노동자'(hybrid knowledge worker)로 활동할 수 있는 지성과 실천력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가 『단절의 시대』(1969)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인 지식노동자는 전통적 차원의 생산요소인 자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라는 새로운 차원의 경제적 자원(생산수단)을 통해 노동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근로계층을 일컫는다. 21세기에 접어든지 20년이 훨씬 지난 현 시점에서 볼 때 사회의 유지와 변화를 실질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계층은 사실상 지식노동자이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리더는 자신의 지적 역량을 현실적인 자산으로 확대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비롯해서 지식노동자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그는 구성원들의 개별 능력을 서로 연결하고 숨은 잠재력까지 끄집어내어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역량도 쉼 없이 계발해야 한다. 스스로 노력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리더만이 자긍심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토대로 조직의 매니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으며, 나아가 창의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전체를 위한 그림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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