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벌집’ 박지현 “모현민 역 위해 가르마 하나에도 변화줬죠”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2. 12. 2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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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순양가 맏며느리 모현민 열연
“돈·명예보단 행복…싱크로율 제로”
순양가 안주인이 되기 위한 야망을 품은 ‘모현민’을 연기한 박지현. 사진 ㅣ나무엑터스
배우 박지현(28)은 ‘재벌집 막내아들’ 흥행 대박 수혜자 중 한명이다. ‘모현민’ 역을 암팡지게 연기한 덕분에 이름조차 낯설어하던 이들에게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25일 시청률 26.9%로 종영한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박지현은 재벌가 장손 진성준(김남희 분)의 아내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모현민’을 연기했다. 모현민은 순양가의 안주인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질주하는 인물로 분량은 많지 많았지만, 등장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드라마에 텐션을 불어넣었다.

최종회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나무엑터스 사무실에서 만난 박지현은 “1년 가까이 촬영한 드라마인데 결과가 좋아서 행복하다”면서도 “시청률로만 접했기 때문에 체감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얘기해주긴 하는데 아직 얼떨떨해요. 잘 될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아직 길을 가도 알아보는 분들이 없어요.(웃음)”

모현민 역은 오디션을 통해 따냈다. 서민영, 모현민, 레이첼 세 역을 준비해 오디션장에 갔는데 “감독님이 현민이만 시키더라”는 것. 캐스팅이 확정된 후 “라인업을 보고 기뻤다”는 그는 “작가님이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줬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대본을 가끔 다시 본다”고 말할 정도로 작품과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모현민은 지성과 미모, 집안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여자였다. 진양철(이성민 분)의 장손이자 진영기(윤제문 분)의 장남인 진성준(김남희 분)의 아내로 자신의 자식이 순양의 후계자가 되길 바라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 하는” 인물이었다.

박지현은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갈등을 조성해야 하는 인물이니까 화술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고 돌아봤다.

“표정이나 눈빛은 많이 표현하지 않고 신비롭게 가려고 했어요. 화술적인 부분은 과하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게..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갈등을 조장해야하는 부분이니까요. 스타일링은 그 시대 메이크업 레퍼런스를 굉장히 많이 찾아봤어요. 직접 빈티지 숍에서 옷을 구매하기도 했고요. 단발도 가발을 이용했고 40대 긴 머리도 가발을 이용했어요. 결혼 전엔 옆가르마를 하고 있고 후엔 앞가르마를 하고 있는데,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의 흐름이 있다 보니 그런 부분까지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박지현은 ‘모현민’을 연기하면서 “원작을 일부러 안봤다”고 했다.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웹툰 원작의 드라마를 경험했던 그는 “원작의 존재를 알지만 보지 않았다. 원작과 이름도 달랐고, 대본에 쓰여진 대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지현은 상대 역 김남희에 대해 “최고”라며 “천재”라고 표현했다. 사진 ㅣ나무엑터스
진성준을 향한 모현민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박지현은 “현민의 인생에서 사랑은 없다고 생각했다. 잠깐의 설렘은 있을 수 있지만 진도준(송중기 분)에게 거절 당한 뒤 바로 진성준과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결혼은 야망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 진도준과 더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하자, “현민이를 많이 예뻐해주셔서 그런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대선배들의 연기를 직관한 그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었다. 연극 구경하듯 봤다”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진양철 역을 완벽하게 연기한 이성민에 대해 “정말 존경한다”고 엄지척을 하며 “섬망 증세를 보인 장면과 엘리베이터 실수신을 보며 계속 울었다”고 감탄했다.

이어 “너무 어려운 선배님이라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지만 선배님의 연기와 임하는 자세를 보면서 정말 많이 놀랐다. 나중에 저도 나이가 들면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경외심을 드러냈다.

상대 역 ‘진성준’을 연기한 김남희 얘기가 나오자 “최고”라며 몇 가지 에피소드를 꺼냈다.

“김남희 선배님은 정말 천재세요. 저도 나름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제가 상상하지 못한 부분을 제시하고 그런 것에 거침없이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호흡할 때 정말 성준이로 느껴졌어요. 정말 소름이 돋았던 건 결혼식 전 신부 대기실 장면이었는데, 저를 막 도발한 다음에 환하게 웃잖아요. 그 장면은 대본에 없는 신이었는데 너무 감탄했어요.”

박지현은 내년에 영화 ‘히든 페이스’로 관객을 만난다. 사진 ㅣ나무엑터스
실제 박지현은 욕망 덩어리 모현민과 1도 닮은 점이 없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닮고 싶지만 닮을 수 없는 친구”라며 “속으로 행복한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모현민’은 본인의 행복보다는 야망이 우선인 친구인데 저는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생각을 깊게 하고 앞 수를 내다보고 머리를 쓰는 게 인생에서 행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모현민의 야망은 순양을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이었으니 만약 성공했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MBC ‘왕은 사랑한다’(2017)로 데뷔한 박지현은 tvN ‘은주의 방’(2018), MBC ‘신입사관 구해령’(2019)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와 티빙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본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올해 ‘재벌집 막내아들’ 흥행 대박으로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그는 20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다들 아홉수를 말하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그는 “현장에서 감독, 스태프분, 배우 선배들에게 ‘다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엔 영화 ‘히든 페이스’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

“연기가 재밌어 시작했고 지금도 재밌어 연기하고 있어요. 평생 할 건데 조급해 하면 나만 힘들겠구나, 이르게 깨달았어요. 그때부터는 편안하게 큰 욕심 없이 내 할 일과 맡은 바를 묵묵히 가고 있어요.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 생각해요. 그때부터 오디션에 떨어지더라도 ‘그냥 나랑 이미지가 안 맞았던 거야’ 생각하고 넘기게 됐죠. 영화가 개봉돼서 얼른 많은 분이 내 새로운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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