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인 아내 흉기로 살해한 남편, 징역 20년 확정

살인·총포화약법 위반 혐의
1심·2심 모두 징역 20년 선고
이혼 문제로 말다툼 중 도검으로 살해
法 “범행수법 잔혹, 죄질 극히 불량”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장인이 보는 앞에서 장검으로 살해한 50대 남성에 대해 대법이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모씨(50)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해 9월 3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다세대주택에서 장검으로 아내 A씨를 찔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별거 중이던 A씨가 아버지와 함께 소지품을 챙기러 집에 들렀을 때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집에 녹음기를 숨겨두고 “이혼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고, A씨가 자신의 의도대로 답하지 않자 말다툼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일본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범행 후 경찰에 자수했다.

장씨는 A씨와 20년간 결혼생활을 하며 거친 언어를 사용하고 욱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6년부터 A씨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주거지 등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며 A씨가 가족, 지인과 연락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A씨에게 집착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 불화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지인은 수년 전부터 장씨가 아이들 앞에서 A씨를 폭행하고 장검으로 위협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1심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어린 딸들이 있고 이 사건 범행 현장에 피해자 아버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을 참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장씨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도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20년 가까이 함께 산 배우자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사망하게 한 사건”이라며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계획범행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과 장씨가 유족에게 상당 금액을 지급하고 부동산 지급을 약정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은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선고 4일 전 법원에 장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생명 침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1심의 선고형을 유지했다.

장씨는 판결에 재차 불복했지만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장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재은 (jaee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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