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기술]② OLED로 초격차 강화…전장·메타버스 신시장 개척

노우리 기자 2022. 12. 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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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디스플레이업계, OLED로 승부수
폼팩터 전환·신수요처 개척으로 초격차 확대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가 거세다. 전방위적인 수요 감소로 기업들의 창고엔 안 팔린 재고가 쌓이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을 위해선 '초격차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먹여 살릴 'K기술'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OLED.EX' 미디어데이에서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장 부사장(왼쪽)이 차세대 TV 패널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2022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전환’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숨가쁘게 움직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패널 수요 둔화에 더해 중국이 장악한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이중고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다.

올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OLED의 비중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TV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과 노트북, 자동차·기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등 고부가 시장이 개화했고, 이를 겨냥한 신기술도 쏟아져 나왔다. 내년부터는 확장현실(XR) 기기를 비롯한 메타버스 산업 역시 OLED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2023년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를 중심으로 지난해 중국에 빼앗겼던 ‘디스플레이 산업 1위국’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여년 디스플레이 종주국 일본이 한국에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뺏겼던 사례를 반대 입장에서 재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5년간 'OLED 역사' 써온 韓디스플레이 OLED를 중심으로 한 한국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자동차 산업과 함께 수출을 지탱하는 대표 산업으로 꼽힌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지난해 수출액은 28조원을 기록하며 전체 중 3.3%를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가 넘는다.

삼성디스플레이 LG스플레이 등은 15년 동안 OLED 사업에서 연달아 ‘세계 최초’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상용화에 성공했고,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디스플레이 법인(SDV)을 찾아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12.23/뉴스1

대형 OLED 패널과 모바일 중소형 OLED 모두 한국 기업들의 주도적인 시장 지위가 유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한국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은 72.1%다.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선 전 세계 물량의 대부분을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연말부터 QD-OLED 패널 생산을 시작해 삼성전자와 소니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LED 시장은 기술력이 더 중요한 측면이 있어 중국의 저가 정책에 따른 타격이 과거 LCD 시장에 비해서는 느린 편"이라며 "양산 측면에서 보면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력 차이도 아직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2023년을 기점으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수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6월부터 LCD 사업에서 전면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올해말 한국에서 LCD TV 패널 생산을 중단하며 LCD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기 때문이다.

◇가격·기술 초격차 키우고 '파이' 늘린다…中추격 대비 '투 트랙'

다만 방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LCD에 이어 OLED 시장에서도 양적인 팽창을 기반으로 질적인 변화를 꾀하는 '양질전환의 법칙'을 기반으로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6년 중소형 OLED 시장에 진출한 중국은 3년만에 점유율 10%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6%를 넘겼다. 특히 BOE,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지드 OLED 패널 사업에서 가격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택한 건 '투 트랙' 전략이다.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TV 패널 사업에선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격차를 동시에 갖출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모빌리티·웨어러블·스마트기기·가상현실 등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 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식이다.

초격차 유지를 위한 차세대 기술로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말 개발한 '중(重)수소 기술'을 포함한 OLED.엑스(EX)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패널업계 최초로 유기발광 소자의 주요 요소인 수소 원소를 강력하고 안정된 구조의 중수소로 치환한 기술이다.

중수소를 적용한 소자는 기존 소자보다 물리적으로 안정되고 강해져 밝기를 높여도 고효율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기후 변화 관련 전자제품 규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전력·고효율 패널 양산을 위한 기술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연신율 20%의 고해상도 12인치 풀 컬러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모습. 늘리기, 접기, 비틀기 등 어떤 형태로도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 제공)

다방면 산업에서 활용 가능한 '폼팩터'의 변신도 이어졌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른쪽 베젤 안에서 디스플레이가 돌돌 말리는 형태의 '슬라이더블 OLED' 패널을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유롭게 늘리고, 접고, 구기고, 비틀기까지 가능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해 사업 활용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지속 중이다.

미래 먹거리에 대응하기 위한 신기술도 차츰 베일을 벗고 있다. 업계에선 전장을 비롯한 모빌리티, 메타버스 산업을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차량용 OLED는 향후 5년간 연평균 54.7%, 메타버스 산업의 핵심인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은 10년간 연평균 51.8%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이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XR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마이크로 OLED' 양산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탕정에서 마이크로 OLED 파일럿 라인 구축에 나섰고, LG디스플레이도 상반기에 인치당 3500 픽셀 해상도(PPI)를 구현하는 0.42인치 올레도스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 추가…OLED 전환 탄력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이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된 것도 고무적이다. 디스플레이는 조세특례제한법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그동안 투자금액의 최고 3%를 세액공제 받았는데,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되며 공제율이 6%로 두 배 확대됐다. 신규 투자를 촉진할 '당근책'이 나온 셈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업계가 향후 5년간 계획하고 있는 투자 액수(50조원)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약 1000억~1500억원의 추가 세액공제가 예상된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 경쟁 구도는 LCD에서 OLED 등 차세대 분야로 이동하고 있으며 단순한 기술 경쟁에서 벗어나고 있어 산업 생태계 변화 양상을 고려한 복합적인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중기적으로 높은 성장세가 전망되는 OLED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we122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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