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언제 터질지 몰라 공포감…"뇌동맥류 환자에 담배는 독약"

음상준 기자 2022. 12. 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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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재호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최재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뇌동맥류는 약해진 뇌혈관 일부가 부풀어 올라 수㎜ 크기의 풍선처럼 변하는 질환이다. 혈관벽이 얇아 쉽게 파열될 수 있으며, 발병하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고 사망률이 무려 45%로 보고되고 있다.

뇌동맥류는 순간적으로 혈압이 오르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파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의식을 잃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편마비, 시야 손상,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재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뇌혈관은 다른 인체 내 혈관보다 근육층이 얇고 외피도 덜 발달해 상대적으로 파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뇌동맥류가 터진 경우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뇌출혈을 일으킨다"며 "사망률이 높고 환자가 숨지지 않더라도 중증장애가 남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비교적 안 좋다"고 덧붙였다.

뇌동맥류를 진단받는 환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뇌혈관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이다. 이로 인해 삶의 희망을 잃거나 공포감으로 시간을 보내는 환자가 많다. 최 교수는 "뇌동맥류가 파열할 확률은 연간 1%"라며 "기본적으로 크기가 작은 동맥류는 파열 확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압을 잘 조절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추적·관찰 기간에 거의 파열하지 않는다"며 "물론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동맥류를 적절히 치료하면 파열 위험을 크게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5000명이 넘는 뇌동맥류 환자를 수술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술 실적이다. 현재 서울성모병원은 수술과 시술 둘 다 가능한 신경외과 전문의 3명,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전문의 1명 등 뇌혈관 질환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뤄 협동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최 교수는 "뇌출혈로 응급실에 실려와 응급수술을 받고도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도 있지만, 반대로 안 좋은 상태로 응급실로 전원됐지만 완전히 회복해 외래로 걸어나가는 환자도 있다"며 "발병 후 신속한 환자 이송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가 발병하는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벽에 압력이 가해지고 탄력을 잃은 경우, 담배와 고혈압 등 다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대부분의 비파열성 동맥류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며 "가벼운 두통과 어지럼증, 이명 등은 일반적으로는 비파열성 뇌동맥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전조증상은 없을 것이고 건강검진에서 뇌혈관 검사를 진행해 진단을 받게 된다"며 "복시 또는 시력 저하, 걸음걸이 이상, 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가 파열하면 평생 느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을 느낀다. 출산의 고통보다 통증이 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뇌동맥류가 발생하면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오는 이유다. 두통인데 머리에서 폭탄이 터진 것 같은 매우 극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구토를 하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최 교수는 "다시 강조하지만 뇌동맥류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압 조절과 금연"이라며 "고혈압 환자는 약을 복용해 기저혈압을 정상 범위로 유지해야 한다. 담배 역시 뇌혈관에 가장 안 좋다. 독약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이조절도 당연히 필요한데, 혈관에 나쁜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좋다"며 "우선 짜지 않게 먹고 지방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 위주 식단으로 골고루 먹는 게 뇌동맥류와 뇌혈관 건강에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뇌동맥류 치료법은 계속 발전 중이다. 개두술을 통한 결찰술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는 코일색전술을 도입해 큰 변화를 맞았다. 의료 술기와 기구도 발전을 거듭해 혈류변환스텐트, 웹(WEB) 등 많은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최 교수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로봇을 이용한 치료도 시도되고 있으며, 획기적인 치료법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현재는 약물치료가 없다. 먼 미래에는 약물로 완치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뇌동맥류 수술 5000건 달성을 축하하는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의료진.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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