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민족주의 더 많아지고 미·중 갈등 지속 가능성”

박용선 기자 2022. 12. 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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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 11월 발간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역시 2% 안팎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올해(2%대)보다 낮은 1%대의 경제 성장률이 전망된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검은 토끼의 해)은 우울한 전망대로 흘러갈까.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전망에도 경제 주체들은 토끼처럼 발빠르게 뛰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국내외 석학들을 만나 세계 경제 전망과 활로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주]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공격받는 자유무역’ 저자 / 더글러스 어윈

“이제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 시대다.”

통상 분야 세계적 석학 더글러스 어윈(Douglas Irwin)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월 9일 서면 인터뷰에서 2023년 글로벌 경제를 전망하며 이같이 밝혔다. 슬로벌라이제이션은 ‘느린(slow)’과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sation·세계화)’의 합성어로, 세계화 속도가 둔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어윈 교수는 슬로벌라이제이션의 가장 큰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그는 “내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수도 있지만, 그 여파는 이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어윈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출신으로 무역 정책 및 세계 교역사(史) 권위자다. ‘공격받는 자유무역’ 저자로도 유명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슬로벌라이제이션 시대를 언급했는데.

“1990~2000년대 세계 교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보다 훨씬 더 빠르게 증가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오늘날 세계 교역은 GDP와 거의 같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화 속도 둔화로 볼 수 있다. 그 배경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 정책 등 불확실성을 꼽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작용했다. 정치적 긴장 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슬로벌라이제이션은 지속할 것이고, 이로 인해 세계 무역 성장도 둔화할 것이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도 2023년 글로벌 무역 성장률 전망치(3.4%)를 1%로 대폭 낮췄다.”

내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양대 블록으로 재편되고 있고, 이는 세계 경제 및 무역 성장에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올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와 이에 천연가스 무기화로 맞선 러시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세계 경제 및 무역이 지역 등의 단위로 파편화되고, 여기에 정치적 요인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처럼 미국, 중국과 교역을 지속하려면 두 나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할 것이다. 한국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어떻게 될까.

“그동안 세계 각국에 있는 기업들은 분업 형태의 글로벌 밸류 체인을 구축해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를 누렸다. 그런데 이런 글로벌 밸류 체인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비효율성의 문제가 대두됐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공급망 문제를 잘 보여줬고, 세계 무역 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 비효율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국내 소싱과 생산을 원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시장 메커니즘이 아닌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개입하는 경제적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에 나서고 있고, 이런 현상은 내년에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했고, 미·중 통상협상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두 정상의 만남은 많은 전문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분위기가 좋았고, 기후 변화와 같은 상호 관심사에 대한 새로운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측의 입장이 완화될 수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관련 기사>

Part 1. ‘검은 토끼’가 맞이할 도전들

①’RABBIT’으로 풀어본 새해 경제⋯R의 공포에서 탈출할까

[Infographic] 2023 세계 경제 대예측

Part 2. 전문가 2023년 진단

②[Interview]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③[Interview]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④[Interview]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

⑤[Interview] 다니엘라 러스 MIT 컴퓨터공학·AI연구소장

⑥[Interview] 거노트 와그나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⑦[Interview]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⑧[Interview]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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