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품에서 보낸 45일" 환아 가족 품는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
맥도날드,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 건립 담당하는 한국RMHC 최대 후원사
첫 번째 하우스 이어 서울에 두 번째 하우스 건립 예정 "더 많은 가정 지원할 것"
흰 벙거지 모자 아래로 안경을 쓴 두 눈이 반짝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십개의 눈을 마주친 아이는 쑥쓰러운 듯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는 물고기처럼 어항에 살아요.
내가 사는 어항 이름은 83병동 어항이에요.
나는 물고기처럼 어항 위에서 떨어지는 밥은 맛있게 먹고 하지만 먹기 싫은 약도 먹어야 해요.
나도 언젠간 바다로 자유롭게 헤엄칠 날이 곧 올 거에요."
백혈병을 앓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지민양의 담담한 목소리에 객석에서는 감동과 응원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자신의 모습을 어항 속 물고기로 표현한 그의 시는 지난 20일 열린 한국RMHC(Ronald McDonald House Charities)의 최대 후원사로, 환아들의 '울림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백일장 시상식은 맥도날드가 8회째 후원하는 행사다. 환아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올해는 전국 30개 병원학교 재학생 및 환아 등 총 63명의 작품 81개가 출품됐다.
맥도날드는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의 건립 및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RMHC의 최대 후원사로, 총 5억 2859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번 백일장에서는 지민이를 포함해 6명의 어린이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해당 작품은 삽화와 함께 하우스 내 전시물 , 엽서로 변신해 전시되고 있다.
백일장 시상식이 열린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는 장기 통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아와 가족이 병원 내에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쉽게 말해 병원 안의 호텔 혹은 집 같은 개념이다. 통원치료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환아 가족들에게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는 제2의 집이나 다름 없다.
"지방에서 대도시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아 가족들은 병원 주변 원룸이나 지하방을 얻어서 생활하기도 해요. 아픈 아이 치료를 위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이산가족이 되기도 하고요. 로날드 하우스에서는 환아 가정이 이중 고통을 겪지 않고 주말이라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RMHC 박온기 관장의 말처럼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보호자들이 로날드 집에서 평안을 얻고 돌아가고 있다.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는 지난 2019년 경남 양산 부산대학교 병원에 처음 개관해 올해 10월까지 모두 226가족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부산대학교 병원 입원 환자 가족은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질병의 정도와 입원 기간, 집과 병원 간 거리 등을 고려해 입원 여부가 결정된다. 객실 10개가 모두 만실일 정도로 가족들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도 하우스에는 그동안 머물렀던 환아 가족들의 감사 메모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 환아 가족은 "처음 호텔에 머물렀던 때를 생각하면 45일간 RMHC 생활은 천사의 품에서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모든 관리자분의 따듯한 미소와 편리한 시설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지안이 엄마 아빠'는 "100일도 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일주일에 몇번이나 고속도로를 오가며 지치던 때 로날드 하우스를 알게 됐다"며 "아이가 장시간 이동을 안 해도 되고 먹을 것 자는 것이 해결되느 부모도 걱정 한 시름 덜을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하우스에서 머물며 아이가 완치해 돌아간다는 한 부모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우리 부부에게 로날드 하우스는 안식처였다"며 "부디 이곳에서 건강한 가족들이 많이 거쳐가길 바란다"고 마음을 남겼다.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에 머물렀던 초등학교 4학년 최윤군의 어머니 이나영(35)씨는 "아이가 갑자기 뇌경색이 발병해 편마비가 온 후 치료를 위해 울산에서 양산까지 오게됐고 이후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에 입소해 물리적, 물질적 부담을 덜고 다방면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의 슬로건 '함께 만드는 특별한 기적'처럼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는 두 번째 기적을 준비중이다.
박온기 관장은 "서울에 두 번째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를 건립할 예정"이라며 "부지 선정 등 첫 발을 뗀 상태지만 1호보다 최대 10배 규모가 큰 하우스를 지어 더 많은 가족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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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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