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올해보다 두 배 올리면 내년에도 4%대 인플레…정부, 막판까지 고심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
적정 인상액 다 반영할 경우 물가 4% 근접
‘민생? 요금 정상화?’ 고심 거듭하는 정부
정부가 이번 주 중 내년도 전기요금 인상안을 결정해 발표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인상 흐름을 지속한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적자가 올해에만 30조원 넘게 쌓일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전이 역대 최대 규모로 발행하고 있는 회사채는 최근 우리나라 자금시장 경색의 주범으로 꼽힌다. 정부가 서민경제 부담을 알면서도 에너지 원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려는 배경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자극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생각하는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이 모두 물가 전망에 반영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내년에 정부가 원하는 수준(킬로와트시(kWh)당 51.6원)만큼 전기료가 오른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돌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가·에너지 당국이 서민 부담과 요금 정상화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다.
◇ 30일쯤 내년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인상 폭 관건
29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전기요금을 30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한전 이사회와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산업부 장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산업부는 물론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도 공공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여러 번 강조해온 만큼 정부가 요금 동결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적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공공요금을 많이 올렸는데,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내년에도 상당 폭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폭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적기에 반영하지 못해 한전 적자가 쌓였고, 채권시장도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했다.
관건은 요금 인상 폭이다. 산업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을 통해 내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을 kWh당 51.6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 총액인 19.3원보다 2.7배 높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달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상반기에는 올해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50원 전부 인상이 어렵다면 남은 부분은 내후년 초에 또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기재부와 산업부는 내년 전기요금을 인상 적정액(51.6원)만큼 다 올릴지, 박일준 차관 주장대로 상반기에 올해 수준(19.3원)만큼 올릴지, 요금을 분산해 인상한다면 주기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을 두고 막판 조율 중이다. 이창양 장관은 “정부의 에너지 요금 현실화 방침은 확실하다”며 “물가 당국과 협의해 인상 폭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 가스요금 인상까지 예정…4%대 물가 우려
한전 적자 해소의 시급성은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받고 있지만, 걸림돌은 전기요금이 오른 만큼 소비자물가도 상방 압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한전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016% 상승한다.
정부는 이달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이 3.5%에는 공공요금 인상 시나리오가 반영돼 있다. 기재부는 내년 전기요금이 대략 올해(19.3원) 정도 오르는 상황을 소비자물가 전망치에 녹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요금 인상 적정액(51.6원)을 모두 반영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3분기에 결정된 전기 판매단가는 kWh당 116.38원이다. 만약 정부가 내년 전기요금을 인상 적정액인 51.6원 만큼 다 올린다고 가정한 뒤 단순 계산해보면, 연간 소비자물가는 정부 전망치인 3.5%에서 0.4% 만큼 더 치솟을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전기료뿐 아니라 가스요금도 내년 1분기 이후 인상할 계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3년에도 4%대 고물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요금 인상 이슈가 내년 우리나라 물가 흐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책 당국의 세심한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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