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새싹]⑩ “버섯에서 고기 맛 찾았죠” 국내 첫 균류 대체육 만든 위미트
콩 대신 버섯 단백질 추출…식감도 살려
생산 설비 확장…B2B, 해외 시장 진출 계획
“세상에 또 하나의 닭고기를 내놓는 게 목표입니다.”
닭고기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의 안현석 대표는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치킨집 메뉴판 원재료에 국내산 닭고기, 그리고 ‘위미트’가 함께 적히길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채식을 위한 단백질 대체제가 아닌 그 자체로 모든 소비자 선택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위미트는 안 대표가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선택지 확장을 목표로 2021년 4월 설립했다.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한 대두단백 기반 식물성 대체육이 대세인 시장에 버섯을 꺼내들었다. 제품명도 위미트로 정했다. 그렇게 위미트는 식물성이 아닌 국내 첫 균류 대체육이 됐다.
위미트는 지난해 7월 농림축산식품부 제27호 ‘A-벤처스’에도 선정됐다. A-벤처스는 농식품부가 선정하는 농식품 분야 우수 벤처·창업기업으로, 농식품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벤져스’라는 의미다. 대체육 치킨을 무엇보다 국산 새송이버섯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고평가 됐다.
안 대표는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동물권 운동이 확산하면서 대체육 개발이 늘었지만, 대부분 대체육은 대두단백을 활용한 햄버거 패티나 햄 정도에 그쳤다”면서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치킨을, 무엇보다 맛있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버섯 대체육인 위미트를 냈다”고 했다.
위미트는 버섯을 가열·압축해 만든 닭고기 대체육 원육이다. 두부와 양파 분말, 천연조미 소재만 써서 ‘치킨 맛’을 낸다.
서울대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안 대표가 생명과학, 제조 부문 이해력을 밑천으로 직접 개발했다.
원육을 튀겨 지난해 5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에서 처음 선보인 대체 닭고기 치킨 ‘위미트 프라이드’는 찢어지는 결감부터 씹는 맛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주일 만에 1000만원어치가 완판됐다. 투자도 이어졌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이 초기 투자로 5억원을 넣었다.
처음부터 버섯을 쓴 것은 아니었다. 안 대표는 “처음에는 두부를 얼리고 녹이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단백질을 변형, 씹는 맛을 구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열대과일인 잭프루트를 썼다. 닭고기 특유의 결감은 만들 수 있었지만, 수급도 단백질 함유량도 문제였다.
고심 끝에 택한 게 버섯이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버섯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미생물로, 균계(Kingdom Fungi)에 속하는 곰팡이의 일종이다. 곰팡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영양소만큼은 뛰어나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면서도 칼로리가 낮고 씹는 맛도 있다.
안 대표는 “버섯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물과 혼합한 후 압출기로 가열하는 방식의 ‘고수분 대체육 제조방식’으로 단백질 변형을 일으켜 닭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냈다”면서 “단백질 함량도 실제 닭 가슴살에 가까운 수준으로, 버섯으로만 150개의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위미트는 치킨처럼 만드는 위미트 프라이드 외에도 ‘위미트 꿔바로우’, ‘위미트 깐풍기’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올해는 연구소를 새로 설립하고, 농심 출신의 대체육 전문가를 고문으로 채용해 위미트 원육 자체 완성도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나섰다.
당장 내년 씹는 맛과 풍미를 개선한 ‘위미트 2.0′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위미트 2.0을 활용한 ‘위미트 꼬치’, ‘위미트 찜’ 등으로의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는 “아직은 튀기는 방식만 쓰지만, 향후 위미트 자체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제품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생산 확대에도 나섰다. 서울 강동구에서 소규모로 운영했던 공장을 닫고 경기도 성남 산업공단으로 생산 설비 확장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약 100평 규모 성남 공장 확장 이전이 완료되면 치킨 프랜차이즈 등에 대체육을 공급하는 B2B 시장과 해외 시장도 두드린다는 방침이다.
안 대표는 “세계 경제의 위축으로 대체육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자원 효율성과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대체육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위미트를 채식인들만을 위한 음식이 아닌, 모두가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대체육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