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해외 브랜드 잡아라” 격해진 패션 대기업 판권 전쟁

2022. 12.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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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LF·신세계인터내셔날·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관련 매출 확대 경쟁 치열
한섬이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백화점)

“메종 키츠네, 메종 마르지엘라, 바버…. 이거 다 한국 패션 대기업이 판매하는 브랜드라고?”

패션 대기업들이 해외 브랜드 판권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계약 기간은 짧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낮지만 다수의 브랜드를 확보하면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컨템퍼러리 패션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업계는 신규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은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 베로니카 비어드와 스웨덴 패션브랜드 토템 등 3곳과 한국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가브리엘라 허스트 아시아 첫 단독 매장을 열었고 2023년 1월, 2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 토템 매장을 선보인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가브리엘라 허스트가 2015년 미국에서 선보인 여성 의류 브랜드로, ‘지속 가능한 패션’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호박 모양의 ‘니나백’과 ‘데미백’이 대표 상품이다. 

베로니카 비어드는 2009년 미국에서 탄생한 여성 의류 브랜드로, 뉴욕·워싱턴D.C. 등 미국 전역에서 2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탈부착 데님·후드 앞판을 레이어드 형태로 디자인한 디키 재킷이 유명하다. 토템은 스웨덴에서 2014년 엘린 클링이 론칭한 여성 의류 브랜드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모던하고 미니멀한 북유럽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섬은 2023년 하반기까지 해외 패션 브랜드 수를 확대해 2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향후 5년 내 해외 패션 부문 매출 규모를 현재의 두 배가 넘는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LF도 같은 전략이다. LF는 2021년 영국 패션 브랜드 ‘바버’, 프랑스 여성 컨템퍼러리 브랜드 ‘바쉬’, 미국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 ‘킨’, 미국 하이엔드 아웃도어 브랜드 ‘티톤브로스’ 등 해외 브랜드 4개의 판권을 확보했다. 2022년에는 리복의 한국 판매권, 영업권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2022년 스위스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필립플레인골프’, 일본 여성복 브랜드 ‘엔폴드’의 판권을 확보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0년 이탈리아 럭셔리 슈즈 브랜드 ‘주세페 자노티’, 이탈리아 비건 패션 브랜드 ‘세이브더덕’ 등과 한국 판권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에도 미국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릭오웬스’, 독일 디자이너 브랜드 ‘질샌더’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탈리아 여성복 브랜드 ‘플랜씨’, 영국 브랜드 ‘스튜디오 니콜슨’, 덴마크 브랜드 ‘가니’,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 등의 한국 판권을 확보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잠재력 있는 글로벌 브랜드를 선별해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명품 시장은 3495억 달러(약 501조원)인데, 이 가운데 한국 시장은 141억 달러(약 20조원)를 기록하며 전 세계 7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시장 규모는 약 5% 확대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유통 업체 매출 동향’ 보고서 결과도 유사하다. 온라인 채널에서 2022년(1~10월) 패션·의류 부문의 매출은 3월(2.7% 감소)을 제외하고 매달 전년 동월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백화점)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 부문이 매달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 2월에는 46.5% 성장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는 명품에 비해 가격 부담이 작으면서도 고객층이 견고해 경기 불황 등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젊은 고객들이 해외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보고 있어 꾸준히 인기를 끌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판권 확보에 나서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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