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태 전략에 '인권' 가치 명시…국제 공조 강화하나

노민호 기자 2022. 12. 2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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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中 신장 위구르 탄압' 규탄에 동참 여부 관건
전문가 "'1대 1' 문제 제기 않더라도 일관성 유지 중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2022.12.2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가 28일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면서 핵심요소이자 지향하는 주요가치 가운데 하나로 '인권'을 꼽았다. 이에 따라 향후 '유사 입장'(like-minded) 국가들과의 '인권 공조'가 본격화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라고 명명한 한국판 인·태 전략에서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질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유, 법치와 함께 인권을 수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인권'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출범 이후 꾸준히 강조해온 가치이기도 하다. 이번 인·태 전략 발표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특히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을 한국판 인·태 전략의 9대 중점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설정, "대한민국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통의 이해·존중을 바탕으로 역내 인권 증진 노력에 적극 동참해갈 것"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인·태 전략 이행과정에서 동맹국인 미국, 그리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 우방국들과 인권 공조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주도해온 중국 당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 제기에 적극 동참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앞서 10월 유엔인권이사회 회의 당시 '내년 3월 차기 회의 기간 신장 지역 내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하자'는 결정안 표결에서 미국 등과 함께 찬성표를 행사했다.

우리 외교부는 "보편적 가치·규범 실현 등의 측면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인권 문제, 특히 신장 위구르 관련 현안을 두고 사실상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 2021.12.17/news1 ⓒ 로이터=뉴스1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가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할 땐 표결에 불참했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한 달 새 다시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10월 유엔인권이사회 결정안 표결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유감'을 표명해온 사실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싱히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도 10월 유엔인권이사회 결정안 표결과 관련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당시 우리 정부의 '오락가락 표결'을 두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인·태 전략에서 '인권 중시' 기조를 명확히 했음에도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는 의문'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인·태 전략 수립과정에서 중국과 전 방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전략을 상당 부분 참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달리 중국을 '견제'가 아닌 '협력' 대상으로 명시했다. 미국 등은 앞서 중국을 '질서 파괴 세력'으로 지목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양립 불가능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뜻"이란 혹평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정치·외교·군사적으론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지만, 중국과도 여전히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현실이 이른바 한국판 인·태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가 (중국과) '1대 1' 양자 차원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진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인권 행보, 특히 유엔에서 유사 입장 국가들의 대열엔 일관되게 동참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이 이번에 인·태 전략을 발표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제일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고 말했다.

'인권'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도 불편해하는 사안 가운데 하나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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