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AFC행, 한국 축구의 득실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무대에서 퇴출된 러시아축구협회(RFU)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입을 고심하면서 한국 축구의 득실을 따져볼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28일 RFU가 유럽축구연맹(UEFA)을 탈퇴한 뒤 AFC에 가입 신청할지 최종 결정을 31일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원래 RFU는 지난 27일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다.
알렉산더 듀코프 RFU 회장은 지난 23일 “UEFA의 징계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판결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AFC로 이동”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축구연맹(FIFA)과 UEFA가 주관하는 A매치와 국가 클럽 대항전 등 모든 국제 무대에서 퇴출됐다.
이 문제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중도하차했고, 202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아예 조 추첨부터 빠져야 했다.
러시아는 언제 전쟁이 끝날지 알 수 없으니 아예 유럽을 떠나는 것을 고민하게 됐다. 듀코프 회장은 “UEFA를 떠나 AFC에 가입하는 사안은 FIFA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2026년 월드컵 참가를 위해선 31일까지 UEFA 탈퇴를 신청해야 한다. 해를 넘긴다면 2027년 시작하는 대회부터 참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UEFA를 떠나는 것에 영향을 받는 클럽과 스폰서 등도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긍정적인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RFU가 AFC 가입 절차를 밟는다면 내년 2월 예정된 AFC 총회를 통해 47개국 축구협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뱌체슬라프 콜로스코프 RFU 명예회장은 “아시아에서 우리를 받아줄지 100% 보장이 필요하다. 그 보장을 받은 뒤 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AFC행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축구의 득실도 따져봐야 한다.
러시아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퇴출돼 FIFA 랭킹이 37위로 내려갔지만 AFC에 가입할 경우 단숨에 아시아 정상을 노릴 만한 전력을 갖췄다.
한국이 아시아 무대에서 치르는 A매치 평가전에서도 유럽 수준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러시아 클럽들이 거침없는 투자로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기에 클럽 대항전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러시아 국영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이 주요 스폰서로 등장해 재정적인 이익 증가도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이 러시아를 만날 때마다 악몽 같은 장거리 원정을 감수하는 부분은 손해다. 또 다음 월드컵부터는 아시아에 배정되는 본선 티켓이 8.5장으로 늘어난다지만 러시아에 사실상 1장을 빼앗기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러시아의 AFC 가입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엮여있다”며 “대한축구협회가 이득과 손해를 모두 따져본 뒤에 신중하게 (러시아의 AFC 가입) 투표를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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