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 넘게 봐도 성에 안 찼는데…영풍제지 눈에 들어온 이유

박정수 2022. 12. 29.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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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두배' 영풍제지 인수한 대양금속
정순규 대양금속·영풍제지 사장 인터뷰
"경영혁신 여지가 충분했다"
플라스틱 대신할 단단한 종이, 신시장 개척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고강도 제지' 시장 개척"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지난 2년여 동안 소재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50여 개 넘는 회사와 미팅을 하던 와중에 영풍제지가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고착화된 골판지 시장에서 영풍제지의 원료 공급부터 제지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리더십 부재로 영풍제지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어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정순규 영풍제지 사장은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맨체스터대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과정을 마쳤다. 그는 포스코에서 스테인레스 판매담당임원(상무), 포스코 SS VINA(베트남 법인) 전무 법인장 등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대양금속 사장을 맡고 있다. 올해 11월부터는 영풍제지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정순규 영풍제지 사장은 지난 26일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양금속의 영풍제지(006740) 인수 배경부터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대양금속(009190)은 영풍제지 최대주주인 큐캐피탈로부터 주식 1122만1730주를 1289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올해 11월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잔금 납입이 완료되면서 대양금속은 지분율 50.76%로 최대주주에 올랐고 정순규 대양금속 사장은 영풍제지 사장에도 올랐다.

포스코 혁신기법 ‘QSS’ 전수…체질 개선

영풍제지는 우선 골판지 생산 공급사슬 체인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 고유의 혁신기법인 ‘QSS(Quick Six Sigma)’를 전수하는 컨설팅도 받았다. QSS는 6시그마(100만개 가운데 3~4개의 불량품을 내는 정도의 품질) 등의 혁신 기법들의 장점을 모아 만들어낸 포스코의 현장 혁신 활동이다.

포스코는 국내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포스코 고객사를 중심으로 QSS 혁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정 사장은 “포스코의 혁신 활동 지원을 받아 대양금속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다”며 “영풍제지 또한 포스코 QSS 혁신 활동 진단을 받았고 내년부터 원가 절감과 품질 개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지 생산으로 단일화된 영풍제지 사업구조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정 사장은 “제지 산업도 산업 변동성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사업 계획을 즉각적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생산과 공급, 영업망의 수직 계열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급지 넘어 친환경 포장지 개발

영풍제지는 고급 지관지에 두각을 보이며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영풍제지는 현재 국내 고급지 시장 내에서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정 사장은 “영풍제지의 강점은 라이너지(주로 물품의 외부포장에 사용)와 지관지(종이로 만든 원통형 형태의 관) 병용 생산이 가능한 생산 설비로 시장 수급 상황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며 “특히 무겁고 튼튼한 제지를 잘 만들 수 있는 공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강도 제지를 친환경 포장지로 활용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나설 것이다”며 “친환경 고강도 제지 개발을 통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특화된 시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제지는 또 대기 및 수질 오염 방지시설 운영으로 산업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 방지에도 힘쓰고 있다.

영풍제지는 폐합성수지를 자체 소각처리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방류수 수질기준(TOC)을 준수하기 위해 저감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다.

재무적 투자자 유치로 차입금 해소

한편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인수를 위해 일으켰던 차입금을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차츰 해소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정 사장은 “대양금속 시가총액의 두 배 넘는 영풍제지를 인수하다 보니 주변에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며 “애초 시작은 기관투자가의 우호지분 46%를 고려하고 인수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금융시장 자금경색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줄줄이 손을 뗐고, 대양금속은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결국 사모펀드와 손을 잡았다”고 전했다.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인수 자금 1289억원 가운데 650억원은 영풍제지 주식담보로 416억원은 내부자금을 통해 마련했다. 추가로 190억원은 단기차입을 일으켰다. 현재는 주식담보 650억원 가운데 일부 상환이 이뤄져 잔액은 569억원 수준이며, 단기차입금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170억원은 상환했다.

정 사장은 “영풍제지 인수 후 영풍제지 대상으로 CB를 발행했으나 납입 능력과 투자 시기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금리 연 8.5%의 이자율로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차입금들은 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일부 해소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며 “또 대양금속이 안정적인 이익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차입금 상환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수 (ppj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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