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람을 논하기 시작한 SK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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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그의 치적만큼 군신관계 일화도 여럿 남겼다.
종묘에서 제를 올리는 춘향대제에서 허조는 잔을 드리고 나오다 계단에서 실족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사과하는 그에게 세종은 오히려 다치지 않았는지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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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그의 치적만큼 군신관계 일화도 여럿 남겼다. 신료 허조 사례가 대표적이다. 종묘에서 제를 올리는 춘향대제에서 허조는 잔을 드리고 나오다 계단에서 실족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사과하는 그에게 세종은 오히려 다치지 않았는지 위로했다. 압권은 다음이다. "계단을 넓히도록 하라"며 신하가 다신 넘어지는 일이 없게 했다. 세종이 휘하 사람들을 얼마나 아꼈는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난해 기업 문화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곳은 SK하이닉스다. 한 직원이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를 요구했고 마침 최태원 SK 회장이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던 길 이 문제로 시위하던 노조원들을 봤다. 최 회장은 준공식 축사에서 연봉반납을 선언했고 SK하이닉스 사장은 사내 메시지로 성과급 산정 방식을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MZ 세대 직원들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고 공정, 투명, 소통이 화두가 됐다. 이제 상명하복은 통하지 않으며 기업들도 변해야 한단 인식이 퍼졌다.
SK에서 이 일은 '해프닝'으로만 치부되진 않은 듯하다. 최 회장은 올 8월 이천포럼에서 "기업은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사람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 SK가 새로운 세대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 제도·문화를 만들까에 대해 1년 넘게 고민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치열한 고민 연속성은 SK 이사회가 직원 만족도를 조사하는 '컬쳐서베이' 결과를 매 반기 보고받고 논의하는 제도를 내년부터 본격 마련한 데서 찾을 수 있다. 행복도 조사를 요식행위로 끝내지 않음과 동시에 실제 회사의 여러 조치들이 직원들 만족으로 이어지게 하겠단 의지다. 재계에서 드문 이 시도에는 최 회장의 의중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이번엔 S(Social)에 집중, ESG 경영에서 또 앞섰단 평가들이 나왔다.
허조는 사실 세종조차 '고집불통'이라 할 정도의 조정의 대표 '노(No)맨'이었다. 나이도 세종보다 50세 가까이 많았으니 편한 사인 아니었을 터다. 그럼에도 허조는 눈 감을 때 "간하면 행하시고 말하면 들어주셨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해 둘 관계가 얼마나 끈끈했을지 짐작이 간다. 현대 직장 내 관계를 군신관계에 비유할 순 없다. 다만 함께 일하는 이들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한지는 예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다. '위로'를 넘어 '계단'을 넓히려는 SK 시도는 통할까. 답은 이제 구성원들에게 달렸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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