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기진단, 알츠하이머병 '관리' 출발점…혈액진단 '새 지평'"
'10만원대 비용' 기존 검사 대비 장점…"예방 및 치료까지 목표"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보이지 않던 위험을 '보이는 혈액검사'로, 막연히 두렵던 알츠하이머병을 '준비·관리하는 병'으로 바꾸려 합니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드느라 오래 걸렸지만 내년에는 큰 폭의 매출 신장을 예상해봅니다."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는 최근 <뉴스1>을 만나 알츠하이머병 조기진단을 돕는 회사의 혈액검사 브랜드 '알츠온'(AlzOn) 사업 비전과 청사진을 밝혔다. 2022년까진 '알츠온'의 저변을 다졌다면 2023년에는 브랜드를 시장에 의미 있게 정착시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치매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치매 조기진단에도 영향을 줬다. 세계 최초로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진단 서비스를 상용화한 피플바이오도 이를 놓치지 않고 광고 활동을 펼쳤다. 막연했던 알츠하이머병을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합리적인 검사 비용으로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게 회사로서는 물론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 강 대표는 앞으로 퇴행성 뇌 질환 등 변형 단백질 질환의 진단,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단 계획이다.
◇기존 알츠하이머병 검사 한계점 보완할 혈액검사 회사는 2002년 설립 초기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 단백질 검출 기술을 개발하면서 '멀티머검출시스템'(MDS)을 확보했다. 혈액 내 표적 단백질을 특이적으로 검출하는 방법이다.
정상인과 환자 모두에 있지만 정상인에게는 단량체(monomer, 모노머), 환자에게는 단량체들이 결합한 다량체(multimer, 멀티머) 형태로 돼 있는 질병 단백질이 있다. 단백질이 멀티머 형태인지를 파악하면 병을 진단할 수 있다.
MDS는 항원을 겹치게 설계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올리고머(응집화)와 멀티머를 선택적으로 구별해 검출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광우병 의무검사제도가 폐지되면서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새 기회를 찾아야만 했던 강 대표는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법 'SI-MDS'를 개발했다. 알츠하이머병이 '아밀로이드-베타(β)'라는 단백질 응집과 연관이 있는 걸로 알려진 것에서 출발한다.
베타아밀로이드의 서브타입을 측정해서 비율을 계산하거나, 여러 단백질을 함께 측정해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화를 예측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회사는 베타아밀로이드를 합성한 뒤 시료에 투입해 단시간 내 올리고머화를 촉진하고 혈액 내 다른 단백질은 걸러냈다.
그는 자사의 SI-MDS에 대해 "가장 빨리 알츠하이머병 진행 여부를 알 방법이자 응집화 정도를 직접 측정하는 유일한 검사법으로 고가의 장비도 필요하지 않다"면서 "뇌 손상이 일어나기 전 선제적인 치료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조기진단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엉키면서 뇌세포를 파괴해 인지능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15~25년 전부터 병리가 시작되는 걸로 보고돼 조기에 발견,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뇌 손상이 일어나게 되면 되돌릴 수 없다.
기존 검사들은 한계가 있었다. 환자는 이미 증상이 나타나야 병원을 찾는 정도였다. 뇌척수액 채취는 고통을 주고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은 비싼 편이라 활용도가 떨어졌다. 그는 혈액검사가 여러 수단의 보완재로 자리 잡을 거라고 봤다.
회사는 2018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혈액 진단키트의 허가를 받고 202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았다. 2022년부터 국내 5대 수탁 검사기관과 30여개 대학병원 등 전국 병·의원에 공급 중이다. 환자는 10만원대로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다.
◇"예방·진단·치료 토탈 솔루션 제공 목표…내년부턴 성장국면"
18년 이상을 매출 없이 연구개발에만 매진하던 회사는 지난달부터 TV 등 주요 매체에서 알츠온 광고를 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와 개념도 혼재된 데다 무서운 질환으로만 알려졌으니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겠다는 게 강 대표 판단이다.
그는 "검사법 개발만큼 알츠하이머병을 '준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병'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올해 초에 느꼈다"며 "요즘은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방법을 처음 알았다는 분들도 있고, 치매 진료 전문의 중에도 검사를 도입하겠다는 연락도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행성 뇌 질환은 아직 미지의 세계에 있다. 근본 치료제가 있으면 가장 좋지만 조기에 발견한다면 대비할 시간은 벌 수 있다"며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아직 알츠하이머병에는 없어 공감대부터 이끌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이제 회사는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 질환에 대한 R&D(연구개발) 경험과 기술력을 토대로 크게 3가지 방향의 사업을 하고 있다. 우선 MDS 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변형 단백질 질환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있다.
파킨슨병의 경우 움직임을 추출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진단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진단법도 연구 중이다. 다기관 임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IT 기반 스타트업 제이어스에 투자를 했다.
자회사 뉴로바이오넷에서는 다중 방식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3가지 후보물질이 있는데, 천연물 기반 후보물질의 동물실험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뇌 축적을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2023년 국내 임상1상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알츠온 사업과 더불어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 등 치료와 관리가 연계되도록 치료제 개발회사나 인지 중재,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사들과 협력을 꾸준히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알츠온이 '알츠하이머의 끝을 위한 시작'이 됐으면 싶다. 끝을 위한 예방관리와 치료법도 만드는 게 목표"라며 "꿈을 가졌으니 내년부터는 그 꿈을 이뤄야 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내년에 큰 폭의 매출 신장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 이름을 '피플바이오'로 정한 이유를 "창업 초기, 하루 만에 정했다. 'For People By Bio'인데 '사람에 의해 개발된 바이오 기술로 사람을 위한다'는 의미다. 기술도 사람이 만들고 그 기술보다도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피플바이오는 변형 단백질 질환 진단과 치료에 가능성을 여는 바이오 제품을 개발하겠다. 특히 사회적 문제가 되는 치매의 조기진단과 치료, 예방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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