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끊기는 2금융권 대출…연말 서민 자금줄 '한파'

박광범 기자 2022. 12. 2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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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돈줄'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연말을 맞아 가계대출 총량 규제 준수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다.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 최후 보루인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중단하면서 저신용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2금융권 회사들은 최근 토스 등 대출 비교 플랫폼과 같은 외부 채널을 통한 햇살론·신용대출 신청 접수를 대부분 중단했다. SBI·웰컴·페퍼 등 다수의 저축은행들이 연말 혹은 연초까지 외부 채널을 통한 대출을 중단한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규제 한도가 찼기 때문"이라며 "내년 초 외부 채널을 통한 대출 창구를 다시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저축은행 업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상한선은 회사별로 10.8~14.8%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한 해에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을 월별로 나눠 관리한다. 사실상 매달 가계대출 한도가 있는 셈이다.

여신전문금융회사 대출 창구 사정도 비슷하다. 캐피탈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은 최근 외부채널을 통한 신규 신용대출 신청 접수를 중단했다. 자체 채널을 통한 대출 영업은 진행 중이지만, 과거보다는 보수적으로 운영 중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외부 채널을 통한 대출 영업은 시장상황에 따라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OK캐피탈과 웰컴캐피탈도 외부채널을 통한 대출영업을 중단한 상태고,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아예 신규 대출 취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이 토스 등 외부채널을 통한 대출을 중단했다./사진=토스 화면 캡쳐

카드사들 역시 카드론 문턱을 높인 상태다. 카드사들은 금리인상에 따라 조달비용이 치솟고,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연체 위험이 높아지자 카드론 한도를 크게 줄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 여파로 11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34조2866억원으로 한달 새 5456억원 줄었다.

서민금융 '최후 보루'인 대부업계마저 대출 문을 닫고 있다. 대부업계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지난 26일부터 신용대출을 포함한 모든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업계 2위인 리드코프도 신규 대출을 기존의 20% 수준에서 내주고 있다. 중소 대부업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과 담보 가치 하락 등의 영향이다. 조달비용은 오르는 데 반해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로 제한돼 있어 저신용자에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돼버려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손 비용과 관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신규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저소득, 저신용자 등 서민 취약계층이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금융사들이 대출 영업을 보수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곧 그나마 신용도가 높은 고객 위주로 대출 영업을 펼친다는 의미여서다. 시장에서는 연 20%로 최고금리가 고정되면 현재와 같은 상황(기준금리 3%, 물가상승률 5% 가정) 아래 약 40만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연말 취약차주들의 자금난이 가속화할 기미가 보이자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진흥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정책상품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신용도나 연체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긴급 생계비 대출'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내년 햇살론 금리를 올려 금융사들로 하여금 햇살론 취급을 늘리게 하는 동시에 금리 인상분의 일부를 서금원이 부담해 취약 차주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내놓았다.

또 총량 중심의 가계 부채 관리 기조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총량 중심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서 벗어나 가계부채 부문별 맞춤형 관리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현재 20%인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과 동떨어져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묶여있다보니 조달비용이 크게 오른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가 취약차주 대출을 취급할 수록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 됐다"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야 하는 만큼 내년 초까지는 지금과 같은 서민 대출시장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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