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5년째 장사했는데 요즘 죽을 맛"…상인들 곡소리

황병서 2022. 12.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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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재료값·인건비 줄줄이 인상…‘3중고’에 ‘한숨’
경기 불황에 고객들 씀씀이도 줄어…가격 인상 ‘머뭇’
자영업자들 “코로나19 때보다 더한 상황” 절규
전문가 “정부, 금리이자 및 운영자금 지원 나서야”

[이데일리 황병서 조민정 기자] “이 자리에서 15년째 장사하고 있지만, 이렇게 힘들긴 처음이에요. 코로나 때도 버텼는데…”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24평(약 80㎡) 규모의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여·49)씨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24평(약 80㎡) 규모의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여·49)씨는 최근 잠이 들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임대인이 “옆 가게들이 모두 올리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지난달부터 임대료를 월 26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15%가량 올려서다.

임대료 상승뿐 아니라 생크림과 버터 등 빵 만들기에 필요한 재료 값이 최대 100% 인상돼 부담이다. 김씨는 “최근 들어 케이크 만들기가 부담스러워졌다”며 “생크림 500㎖는 4000원에서 5000원으로, 딸기 한 팩은 5000원에서 1만원으로, 버터도 한 상자에 10만원에서 12만원까지 줄줄이 올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도 나빠져 매출이 줄었지만, ‘동네빵집’이라 가격 변동에 민감해 인상도 쉽지 않다. 그는 “예전에는 손님들이 한 번 오면 1만원 어치 사갔는데, 요즘은 경기가 불황이어서 7000~8000원정도로 객단가가 줄었다”며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희망’이 안 보이는 게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온다. 금리까지 폭등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가게 운영 유지를 위해 받았던 대출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졌고, 전기료 등 공과금 인상도 압박 요인이다. 김씨는 “3년 전에 2~3%대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8%에 달하면서 이자 내기가 만만치 않다”면서 “그나마 남편이 함께 일하며 인건비를 줄인 채 견뎠는데 금리가 하도 오르니 앞으로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월 100만원 이상 전기료가 나가는데 얼마나 더 오르려는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서울 강서구 소재 코인노래방은 텅 빈 모습을 보였다.(사진=황병서 기자)
“코로나도 버텼지만, 지금이 죽을 맛”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웃음을 되찾은 것도 잠시, 금리·재료 값·인건비 등이 줄줄이 인상되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강서구 염창역 인근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51)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는 “노래방 기계 20대를 돌리는데 운영비의 70% 넘는 금액이 전기료로 나간다”며 “한 달에 전기료만 70만원 정도 나오는데 여기서 더 오르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노래방 업종은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아직 임대료, 관리비, 저작권료 업데이트 비용 등이 빚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씨는 “대출을 갚기 위해서 지금도 배달로 부업을 하고 있다”며 “집합금지 명령에 2년 이상 까먹은 돈이 많아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대신 친척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도 “거리두기가 딱 끝났을 때만 좀 나아지다가 지금은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특수는 하나도 없다”면서 “예전에는 서빙 아주머니들도 있었는데 인건비를 줄여야 하니까 아내랑 둘이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은 소상공인 지원금 등을 정부가 제때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악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오모(29)씨는 “재료비는 비싸지고, 인건비는 더 올라 코로나 때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시작한 음식물 쓰레기 무상배출이 이번 달까지인데 정부에서 기간을 더 연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경기 더 나빠져…소상공인 위한 저리 대출 필요”

전문가들은 내년도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고 정부가 △금리부담 완화 △운영자금 지원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정책 등 ‘3트랙’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 자격에 한정해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줄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고, 빚을 또 끌어다 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도록 운영자금도 지원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장사할 수 있는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 국가재정이 악화하는 만큼, 최저임금 등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국가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국가재정을 안 좋게 만드는 악순환”이라며 “국회에서 주 52시간 문제나 최저임금 등 관련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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