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 조선희와 ‘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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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는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나온 강릉여고 출신의 재원인 소설가다.
소설 '세 여자'에 등장하는 허정숙·고명자·주세숙은 20세기 초의 실존 인물이다.
주세숙은 사회주의 계열 항일 운동가, 초창기 여성 운동가로서 한국과 소련의 공산주의자였다.
소설은 해방을 전후한 격동기에 허정숙, 주세숙, 고명자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추적하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공산국가의 지각 변동과 지도자들의 영고성쇠가 파노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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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는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나온 강릉여고 출신의 재원인 소설가다. 소설 ‘세 여자’에 등장하는 허정숙·고명자·주세숙은 20세기 초의 실존 인물이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보내 준 소설을 읽었다. 저자가 강릉 출신이라서 눈길이 끌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인공 세 여자는 국권이 피탈된 대한제국 말기에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살았다. 이들은 봉건적 사회구조와 일제의 식민지정치에 눈을 뜬 신여성이었다. 진보적 이데올로기에 심취하여 좌우를 넘나들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매몰되었다. 이들 세 여자는 조선공산당의 여성 트로이카로 평가되고 있다.
허정숙은 대표적인 사회운동가로 두뇌가 명석하고 사리에 밝으며 이론가로 탁월한 활동가라고 했다. 일제 강점기 국내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일제에 쫓겨 중국으로 망명하였으며 해방 뒤에는 북한에서 정치가로 활동했다.
고명자 역시 사회주의 운동가, 독립운동가, 정치가라고 부른다. 일제강점기 조선공산당재건 운동과 좌익 부녀운동에 참여했다. 친일잡지 ‘동양지광’ 기자로 친일 논조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위장 처세술이란 말도 있었다.
주세숙은 사회주의 계열 항일 운동가, 초창기 여성 운동가로서 한국과 소련의 공산주의자였다. 남로당 총책을 역임했던 박헌영과 인연이 되어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나중에는 첫번째 남편 박헌영이 죽은 줄 알고 공산주의자 김단야와 모스크바로 피신했다가 그와 재혼했다. 주세숙은 김단야가 일본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하고 연좌에 걸려 카자흐스탄에서 5년간 유형 생활을 했다.
작가 조선희는 우연한 기회에 허정숙에게 관심이 꽂혀 방대한 관련 자료를 섭렵하면서 대하소설(상·하권)을 쓴 것이라고 술회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40대에 시작하여 장장 12년에 걸쳐 집필, 2017년 6월에 완성한 역작이다.
소설은 해방을 전후한 격동기에 허정숙, 주세숙, 고명자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추적하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공산국가의 지각 변동과 지도자들의 영고성쇠가 파노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공산주의자들이 중국과 소련(러시아)를 넘나드는 과정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현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박진감 넘쳤다.
작가는 만주사변 등에서 벌인 일제의 천인공노할 행위를 여과 없이 묘사했다. 장개석과 모택동의 항일전쟁을 앞두고 합작과 반목 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작가는 이들 세 여인을 통해 당시 여필종부의 사조를 자유분방한 연애와 중혼의 금기라는 여성 운동의 혁명으로 비유했다. 그러나 이들을 미화하거나 영웅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전제주의와 자본주의 폐단 못지않게 이들을 관조하면서 평등사상의 공산주의 허구를 폭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공산주의 또한 궁극적으로 계급투쟁이며 헤게모니 쟁탈이라고 단정했다.
이들의 기회주의적 밀고와 배신은 일상이었으며 정적을 일제의 간첩으로 몰아 고문하고 총살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그렸다. 소위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도 통치자 이승만을 비롯한 군사독재자들이 정적을 좌익으로 몰거나 북한과 내통한 빨갱이라고 굴레를 씌워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역사의 비극을 데자뷔 하게 되는 것이다.
시공을 초월한 작가의 상상력은 웅대했으며 필치는 유려하면서 담대했다. 1·2권 전편에 전개되는 상황은 작가가 이들과 동시대 살면서 보고 들었던 것처럼 리얼했다. 한 시대를 앞서간 격동의 시대를 증언하는 탁월한 역사관과 시대정신을 서술한 글 솜씨에 감복하면서 누구나 한번 읽어볼만한 증언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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